오후불식

수행이야기 2008. 12. 7. 23:54
현대불교신문  2006년 9월 16일자

‘오후불식’ 수행에 어떤 도움될까?
머리 맑아지고 몸 가뿐…수험생도 응용하면 ‘도움’
‘때 아닌 때에 먹지 말라(不非時食)’는 부처님 가르침이 있다. 때 아닌 때라는 것은 정오를 말하며, 이 때가 지나면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부처님 당시부터 수행의 방편으로 이어져 온 오후불식(午後不食). 옛날 어떤 큰스님은 곁방에서 오후에 밥 짓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면서 불법이 쇠퇴하는 것을 걱정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사미십계의 아홉 번째 계율이기도 한 오후불식. 과연 오후불식은 수행에 어떻게 도움이 될까.

▷수행에 미치는 영향
제주 원명선원장 대효 스님, 동국대 교수 법산 스님, 임제선원장 법현 스님, 위빠사나 수행처인 보리수마을 지도법사 붓다락키타 스님은 오후불식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수행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스님들은 오후불식의 가장 큰 장점으로 집중력을 꼽았다. 오후불식을 하면 몸이 가벼워지면서 졸음도 줄일 수 있으며, 속이 편안해서 정신을 집중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음식에 대한 욕심을 줄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음탕한 마음도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불자들에게 단식참선수행을 지도하고 있는 대효 스님은 “일주일 단식수행을 하는 불자들의 경우 대부분 뛰어난 집중력을 보이면서 공부속도가 빠르다”며 “오후불식은 수행방편이기는 하지만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점에서 마음공부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산 스님 역시 “정신을 맑게 하는 것은 수행의 중요한 요소이며 가능한 한 오후불식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고, 법현 스님은 “오후불식이 어렵다면 소식(小食)을 하는 것도 수행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10년째 하루 한끼만 먹는 일종식(一種食)을 해오고 있는 붓다락키타 스님은 “음식을 절제하는 것은 수행의 기본이자 수행자가 가져야할 자세”라며 오후불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후불식 해보니…
지난 4월부터 한 달간 월정사 단기출가 프로그램에 참가해 3주간 오후불식을 했던 정식환(37·경기 광주)씨와 조 훈(39·인천 용현동)씨.
정 씨는 “처음 해보는 오후불식이었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았으며, 머리가 맑아지고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지금도 하고 싶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적게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훈 씨 역시 “몸은 힘들었지만 무엇보다도 졸음이 없어지고 속이 편안해 좌선을 하는데 편안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며 당시의 느낌을 전했다.
매주 토요일마다 철야정진을 해 온 김덕희(53·부산 연산동) 보살은 정진 때마다 오후불식을 해 온 지 1년 째. 이제는 오후불식이 습관처럼 편안하게 정진을 할 수 있게 됐다. 아니 오후불식을 하지 않으면 이제는 철야정진을 하는데 상당한 장애가 될 것 같다고 말한다. 김 보살은 “정진 도중 차담시간에 음식을 조금 먹은 적이 있는데 속이 더부룩하고 집중이 안돼 방해가 됐었다”고 말했다.
인천 용화선원의 한 스님은 “8명의 불자들이 오후불식을 하며 수행을 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기운이 없어하던 사람들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서 이제는 오후불식 다음날 아침에 몸이 가볍고 정신이 맑아 매우 좋아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빠사나 수행처인 서울 보리수선원의 신도 박옥동(37·서울 압구정동) 거사는 “먹고 싶은 충동이 있지만 그럴 때마다 물을 많이 마신다”면서 “먹던 습관 때문에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문제일 뿐 오후불식을 하다보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의할 점
전문가들은 오후불식이 수행하는데 좋다고 해서 무작정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자칫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체력이 약하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오후불식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오후불식이 어렵다면 소식을 하며 수행을 하는 것도 공부에 도움이 된다.
또한 건강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오랜 기간 오후불식을 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한 달에 며칠 정도 날짜를 정해서 오후불식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자신의 몸에 맞게 일정을 정하는 것이 좋다.
오후불식을 남이 한다고 따라하는 식이 돼서도 안 된다. 대효 스님은 “오후불식을 하기 전에 먼저 헐떡이는 마음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며, 이렇게 발심한 뒤에 해야만 수행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먹는 것을 참는 것이 아니라 수행이라는 뚜렷한 목적에 따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확고히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의학에서 보는 오후불식
3년째 오후불식을 해오고 있는 서울 종로 위강원한의원 전병롱 원장은 “수행은 물론 건강유지에 오후불식만큼 좋은 방편도 없다”고 말한다.
전 원장은 위장질환이나 신장질환, 우울증 등의 신경성 질환, 비만, 고혈압, 당뇨 등에 오후불식이 매우 효과가 있으며, 실제로 오후불식 처방을 내리기도 한다고 밝혔다.
위의 기능이 정점에 달하는 것은 정오쯤이며, 그 이후는 위 기능이 약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신장이나 간 기능이 왕성해지는데, 오후에 많이 먹으면 상대적으로 신장이나 간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기 때문에 좋지 않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뇌의 혈액순환도 나빠져 머리가 무겁고 두뇌활동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또 육식을 하지 않아도 오후 늦게 먹으면 피가 탁해지기 때문에 오후불식이 좋다고 강조했다.
전 원장은 체력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 수험생들도 과일주스 정도 외에 오후불식을 하는 것이 학업과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명우 기자 | mwhan@buddhapia.com
Posted by 동그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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