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도시, 물질만 있고 문화가 없다” - 재불 건축학자 떼오도르 폴 김 인터뷰 일제·한국전쟁·개발 탓 옛길·성곽 등아름다운 역사장소 사라져 4대강 사업 당장 중단해야

경향신문 | 김종목기자 |

 재불 건축학자 떼오도르 폴 김(51)은 최근 펴낸 < 사고와 진리에서 태어나는 도시 > (시대의 창)에서 한국의 도시(건설) 현주소를 '인간 사육장'이라고 규정하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문화'와 '역사' 없이 단순히 '생활'을 영위하는 '집단 거주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한국 건설·개발을 본격 비판하게 된 배경에 대해 김씨는 "기업과 공무원이 무지한 정책으로 기형과 마비의 도시, 고통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악의 세계를 만들고 있다"며 "위험 수위에 이른 조국의 문제를 더이상 지나칠 수 없었다"고 했다. 또 4대강 사업과 세종시 건설에 대해서도 인문학적이고 공공적인 관점에서 비판적 의견을 내놓았다. 김씨는 프랑스 국립건축그랑제콜에서 건축·인문사회학·조형예술·도시계획을 이수·졸업한 건축학자이자 사회학자. 1990년대 이후 한국을 오가며 강원도 탄광 관광 개발, 자연 생태학 보존에 의한 관광계획 등 연구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11월 말 방한을 앞둔 김씨와 전화와 e메일을 통해 인터뷰했다. 재불 건축학자 떼오도르 폴 김은 한국의 건설·개발(현장)을 기업과 권력의 영토, 부동산 재테크의 장으로 규정하며 "인간의 행복을 최대의 목적, 최후의 결과로 추구하는 인문학만이 문화의 역사를 형성하는 도시의 본질적 개념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시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문화는 지식·예술·도덕·법·풍습 등 인간이 사회 공동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능력의 총체를 의미한다. 도시는 인간 문화의 총체적 장소이자 사회적·공공적 장소다. 기술 공학, 자유시장경제이론, 권력주의로 추진해선 안 된다. 인간의 행복을 최대의 목적, 최후의 결과로 추구하는 학문만이 문화와 역사를 형성하는 도시의 본질적 개념을 이끌어낼 수 있다."

-도시의 예술성도 강조하는데, 무엇인가.

"도시의 아름다움은 인간에게 어떤 존재가 되는가에 달려 있다. 도시의 예술성은 사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취향이나 욕망의 결과가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발전하고 좋아지는 삶의 변화로 추구되어야 한다. 가족의 삶이 동네·지역의 삶을 포용하여 친밀한 이웃관계를 형성하고, 공동의 사회적 삶을 이룰 때 예술성은 존재한다."

-한국의 도시는 왜 인문학적 요소를 상실했나.

"36년간 일제 군국주의의 압제로 문화와 역사가 말살됐다. 또 6·25 전쟁으로 도시 대부분이 파괴됐다. 옛 수도인 한양의 문맥, 고유 문화, 역사를 되살리기보다는 가난함과 배고픔에서 벗어나는 방법만이 살길이라 여겼다. 물질적 변화를 절실하게 바라다보니 당나귀와 소가 다니던 옛길, 초가집, 돌담, 성곽 등 역사 장소들은 '옛 것, 늙은 것, 가난한 것'이라는 판단 아래 사라졌다. 한국은 아름답다. 하지만 훌륭한 자연 환경을 파괴해 콘도·골프장·모텔로 뒤덮어 참혹한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부동산 재테크의 장소로 변질됐다. 도시는 공공 자산이 아니라 기업과 재력가들의 영토가 되어버렸다. 시민들은 이들이 만든 영토에서 이들이 원하는 가격을 맞추기 위해 평생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며 살고 있다."

-건설·개발 공약이 선거마다 주된 공약으로 제시된다. 유럽은 어떤가.

"인문사회학자들로 구성된 지역개발위원회와 지역의회, 지자체, 주민협의회가 건설의 당위성과 가능성을 결정한다. 건설경기 촉진과 시장경제 활성화를 구실로 하는 건설 추진이나 정치공약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한국도 인문사회학자들이 건설 승인·심의에 참여·결정하면 더이상 일확천금을 노린 허상의 건설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세종시 건설을 두고 논란이 있다.

"세종시 건설은 중단되어야 한다. 세종시를 건설할 돈으로 공주시와 대전시 사이에 있는 수백개의 가난한 읍·면과 소도시를 재구획해 대도시와 같은 수준의 교육·문화·복지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현명한 정책이다. 도시 건설은 정치적 공약이나 정권의 약속 차원으로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4대강 사업은 어떤가.

"목표·구상에는 충분한 목적론이 있다. 하지만 방법론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지금처럼 민간 건설회사와 용역기술회사가 기술과 공법의 가능성만을 타진해 내놓은 기본계획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라면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산악국가인 한국은 유럽과 달리 심하게 곡류되어 있고, 범람원, 삼각주 등 주변 환경이 다양하다. 환경·생태학·지질학·수리학·산림학자들이 분석·검토하지 않으면 자연 생태계 파괴라는 엄청난 손실을 가져오게 된다."

-인문학적·한국적 도시의 구체적 대안은 무엇인가.

"서울과 부산이 차이가 있나. 어디가 강원도, 충청도의 도시인가. 건물 높이, 인구 수 차이밖에 없다. 건축 재료, 조형성, 색상 등이 전부 달라야 한다. 각 동네만의 지역적 특색과 주제를 찾아 개발하고, 도시적 맥락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일관된 계획을 짜야 한다. 이렇게 개발하면 국가 전체가 평등하게 개발되어 임금·교육·빈부의 격차가 줄어든다. 도시와 건물을 건설한다는 것은 인간 존재를 증명하는 시간과 공간을 창조하는 행위다."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이 필요한가.

"올바른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견제기구와 위원회 등을 만들고, 옳고 그름을 따져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좌파, 우파 편가르지 말고, 진정으로 누가 올바른 정치인인가를 선택해야 할 때다. 인문학적 사유를 할 수 있는 훌륭한 정신을 가진 시장, 도지사, 국회의원 등을 뽑아야 한다고 본다." < 김종목기자 jomo@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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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문기사 읽고 찝찝하다. 먼저, 이 사람은 4대강뿐만 아니라 세종시에 대해서 더 비판적이다. 그런데 제목에는 4대강 반대만 뽑는 장난을 치고 있다. 한국의 언론은- 진보건 보수건- 기사에서는 팩트만으로 이야기하겠다는 겸손함을 가졌으면 한다.

다음으로 책에서는 뭔 말 했는지 모르겠으나, 이 인터뷰는 빈약하다. 한국의 도시가 "인간사육장"이 되었다고 말하는데 웃기는 소리다. 우리나라 도시 멋없다고 소리를 지르는데, 역시 겸허함이 없는 소리다. 개발업자와 관료들의 무지가 우리 삶의 환경을 망치고 있지만,  한국 도시의 곳곳에는 그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역동성과 아름다움이 구현되고 있다. 한국의 도시에 대해서, 우리 내적 관점에서도 바라보는 섬세함이 아쉽다.
Posted by 동그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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