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논리를 펼치는 글이 있길래 퍼왔다.  김동렬 선생은 좋은 분 같은데 쓸데 없는 이야기를 자주하고...특히 요즘은 구름 위를 날라다니고 있다.

이글도 아주 웃긴다. 좌파의 신자유주의 비판이 30년 동안 줄창 틀리다가 한번 맞았다고 비아냥 거린다.  그의 논리에 입각하자면....

이명박의 신자유주의와 미국의 패권주의를 계속...계속...계속....찬양하면 된다. 그의 말대로다면, 30년 맞다가 한번 틀리고 있는 것이니까...

약간만 연구해 보면,  그의 논지 중 상당 부분이 근거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의 내용도 그렇고-경제사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만 있어도 저런 이야기 못한다- 일본이 동아시아의 서울 역할을 하면서 어쩌구 하는 부분도 정말 이상한 이야기고, 경제가 국제관계를 따라가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70년대에는 무조건 성장할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도 정말 무식한 소리다.

"좌파때리기"를 쿨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개혁세력...지겹다.. 진지한 연구 없이 있는 척 내뱉는 말도
 ....정말 짜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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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비관할 것인가?
 - ‘용기 있게 과학의 길로 나서라’, 최후의 승리자는 우리가 된다

(구조론닷컴 / 김동렬 / 2009-03-26)


좌파의 도박은 실패다. 경제성장과 침체 중에서 예견해 보라고 하면 좌파는 본능적으로 후자를 선택한다. 이유가 있다. 전자는 경제를 알아야 할 수 있는 말이고, 후자는 경제를 몰라도 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현장과 거리가 먼 강단에 둥지를 틀고 있으므로, 어차피 경제를 모르므로, 비판만 하는 것이 자기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역할을 좁은 범위로 한정시켜 놓고 있는 거다.

운신의 폭을 좁혀놓고 지는 게임을 벌이려 한다. 예견은 빗나가고, 주도권은 놓치고, 카리스마는 잃고, 세력은 위축되고, 선거에는 참패해도, 강고한 노선을 걷기만 하면 개인의 명성은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들은 개인의 명성을 위해 동지를 죽인다. 비겁하다. 지적 용기가 필요하다. 불편한 진실을 말해야 한다. 욕먹을 각오하고 과학에 입각하여 말해야 한다. 과학은 진보나 보수의 편이 아니다.

과학은 때로 불리한 진실을 보고한다. 다 감수하고 진도 나가야 한다. 도박하지 말자는 거다. 문제는 이게 50대 50의 확률이 아니라는 데 있다. 경제성장의 확률이 높고 침체의 확률은 낮다.

더구나 한국처럼 좋은 인적자원을 가진 나라는, 비판도 중요하지만 ‘악역’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 영리한 여우가 굴을 파더라도 여러 곳에 출구를 두듯이 한쪽에 올인하지 말고 이쪽저쪽에 전단을 열어야 한다.

미국경제가 엎어지자 ‘신자유주의는 끝났다’며 환호하는 꼴을 보라! “거 봐! 내 말이 맞았지. 내가 뭐랬어? 나는 무려 30년 전부터 신자유주의를 비판해 왔다구!” 이런 주장은 허무할 뿐이다.

30년 동안 계속 틀리다가 30년 만에 한 번 맞혔다는 거 아닌가. 좌파들은 레이건 시절부터 신자유주의를 비판해 왔지만 그들의 예견이 30년간 계속 빗나가니 아무도 그들의 주장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왜 재앙이 닥쳤을까? 시장이 그들의 경고를 묵살했기 때문이다. 왜 시장은 그들의 목소리를 외면했을까? 그들이 30년 동안 틀리는 예측을 계속 내놓았기 때문이다. 냉전 이후 제대로 된 예측은 하나도 없었다.

구소련의 몰락과 동유럽의 민주화를 예측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후로도 들어맞은 예측이 없었다. 틀린 예측을 계속 내놓아서 시장이 오류를 범하도록 방조한 그들에게도 경제위기의 책임이 있다.

무릇 지식인 집단은 사회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한다. 눈과 귀가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두뇌가 분별하지 못하니 몸이 두뇌를 믿지 않고, 눈과 귀의 경고를 믿지 않고 제멋대로 폭주한 결과 재앙에 직면하게 된 거다.

이명박경제가 추락하면서 아고라를 중심으로 개혁세력이 비관론을 펼쳐 재미를 봤지만, 한번 성공한 건수에 집착한다면 위험하다. 우연히 당첨된 로또에 대한 미련은 버려야 한다. 두 번 당첨의 기적은 없다.

반전은 반드시 일어난다. 경제는 생물이니까. 역사는 기본적으로 진보하도록 세팅되어 있다. 진보와 보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면 진보 편에 서는 것이 맞다. 마찬가지로 경제는 기본적으로 성장하게 세팅되어 있다.

성장 쪽에 서는 것이 맞다. 경제가 성장궤도에 오르면 앞에 그 성장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있을 때, 오히려 더 크게 성장하는 패턴이 있다. 장애물이 위험한 폭주를 막아주는 숨 고르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IMF가 한국경제의 체질을 강화시켰듯이, 경제위기가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경제는 일정부분 정치와 상관없이 가는 경향이 있으며, 이명박이 경제를 망치면 오히려 경제가 더 잘될 수 있다는 역설이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경제는 생물이고 시장은 역설적으로 작동한다. 정치 측의 의도와는 항상 반대로 되는 경향이 있다. 경제를 살리려 하면 죽고, 죽이려 하면 오히려 살아나는 경향이 있다.

이명박을 궁지로 몰려고 하다가, 오히려 이명박을 도와주는 결과로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조심해야 한다. 이명박 때문에 한국경제가 망한다는 비관론에 올인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경제분석은 단편적인 사실을 근거로 해서 안 되고, 긴 호흡의 패턴을 분석해야 한다. 길게 보면 조중동이 싫어하는 반시장적(?) 정책이 오히려 경제를 살린다. 국가도 경제의 한 주체라는 사실을 조중동은 모른다.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만 시장 참여자고 국가는 시장의 주체가 아니라는 발상은 어린아이의 순진한 생각이다. 분명히 말하면 국가도 시장참여자이며 그 역할은 막중하다. 시장에서 깽판 치는 자는 국가가 제지해야 한다.

진보는 항상 국가의 역할을 강조해왔다. 작은 정부가 아닌 큰 정부를 주장해왔다. 강만수의 잘못된 개입이 잘못된 거지 국가의 개입 자체가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적절히 개입해야 한다.

박정희는 20년간 계속 경제를 망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성장으로 나타났다. 박정희가 경제 망치는 것이 뻔히 눈에 보인다고 해서 한국경제가 반드시 망한다고 예견하면 안 된다.

70년대에 김대중이 집권했다면 지금 두 배로 성장했을 것이다. 박정희임에도 불구하고 성장한 것이다. 이 경우 바른 판단은 ‘성장했는가 침체했는가’를 기준으로 해서는 안 된다. 원래 성장하도록 세팅되어 있기 때문이다.

박정희시대 성장을 남미나 필리핀과 비교해서 안 되고, 북한과 비교해서 안 되듯이 박정희경제를 논하려면 일본, 대만, 홍콩과 비교해야 한다. 박정희 때 한국은 대만보다 못했고 노무현 때 한국은 대만을 앞질렀다.

그러므로 박정희는 잘못했고 노무현은 잘했다. 왜 이 점이 중요한가 하면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단위로 판단하지만 실제로 시장은 동아시아 혹은 글로벌경제라는 큰 틀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박정희가 잘못해도 대한민국은 잘되도록 세팅되어 있는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명박이 삽질해도 경제는 언젠가 살아나게 되어 있다. 세팅된 구조로 보아야 한다. 지정학적 구조가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유럽 한 귀퉁이에 붙어 있다면 지금 국민소득이 6만 불을 넘었을 것이다. 남미에 붙어 있다면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비슷하게 경쟁하고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에 있다면 볼 것도 없다.

경제는 주변환경과 같이 가도록 세팅되어 있었으므로 70년대 한국경제는 무조건 성장하게 되어 있었다. 경제라는 생물이 미국, 일본을 거쳐 한국에 상륙해서 그 영역을 슬금슬금 확장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일본경제는 멈추게 되어 있다. 엔고는 금본위제로 되돌아간 효과를 낸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원리에 따라 양화가 된 엔화는 시장에서 퇴장하는 효과가 있다. 반드시 그렇게 되어 있다.

모두들 좋은 엔을 금고에 감추고 나쁜 원을 타인에게 주려고 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겠는가? 이유가 있다. 도시의 성장공식에 비유할 수 있다. 성장을 시작하면 처음에는 대도시에 자본이 집중된다.

박정희가 그린벨트를 두어 위성도시를 키운 것은 인위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고 가만두면 서울만 계속 성장한다. 인재도 서울로 몰리고 돈도 서울로 몰린다. 모든 것이 서울 중심으로 돌아가고 지방은 피폐해진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어느 시점에서 갑자기 서울은 슬럼화되고 지방에 부도심이 성장한다. 지구 전체로 봤을 때, 혹은 동아시아 전체를 하나의 경제단위로 봤을 때 일본은 동아시아의 서울 역할을 한 것이다.

아시아의 서울이라 할 일본에 돈과 인재가 몰렸다가 어떤 한계를 넘어서 이제는 슬럼화되는 단계에 진입했다. 이때 도시의 주변부가 서서히 팽창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떨어진 거리에 부도심이 팽창한다.

중심에서 주변으로 서서히 커져 나가는 것이 아니라 교통이 좋고 멀리 떨어진 외곽지역에 새로운 여러 개의 도심이 생겨난다. 이는 하나를 바꾸면 전부 바꾸어야 하는 구조의 양식화 원리에 따른 필연법칙이다.

동아시아는 이 단계에 도달했다. 일본경제는 필연적으로 정체된다. 미국경제도 마찬가지다. 세계경제가 낮은 레벨에 머물러 있는데 미국 혼자 독주하려고 하니 무리를 저지르게 되고 결국 거품이 터지는 것이다.

경제는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 그러나 리듬이 있다. 함께 간다고 해서 모두가 균일하게 함께 가지는 않는다. 거점식으로 가는 것이다. 생물이기 때문이다. 큰 나무가 씨앗을 퍼뜨릴 때 그러하다.

큰 나무가 무제한으로 자라나지 않는다. 고목이 되면 썩는다. 이때 나무는 주변으로 점점 세력을 키우는 게 아니라 먼 거리에 씨앗을 날려보내 자라게 한다. 큰 나무 그늘에서는 어린나무가 자랄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원리의 이런 측면을 잘 살펴보면 좌파의 이념과 합치하는 점이 크다. 물론 배치되는 점도 있다. 세계경제는 궁극적으로 함께 가야 한다. 유럽이 대략 함께 가듯이. 일방의 독주는 한계에 부닥친다.

이웃이 가난한데 혼자 잘살기는 잠시 가능할 뿐이다. 물론 잠시는 가능하다. 잠시는 경제원리가 좌파의 기대를 배반한다. 경제는 거점성장을 하므로 특정한 거점만 부유해지고 주변은 피폐해진다.

그러나 계속 거점만 잘살려고 하면 총체적으로 붕괴한다. 강남만 잘살겠다고 하면 대한민국은 질식한다. 어느 단계를 지나면 주변부로 확산되어 외곽에 새로운 거점이 만들어진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상승한다.

그러다가 다시 거점에 집중되는 순환패턴을 가진다. 60년대에 서울만 성장했다가 70년대에 지방으로 확산되었다가, 2000년대에 IT경제가 대두되면서 다시 서울에 집중되는 현상이 생겼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지방으로 확산되는 순환패턴을 가진다. 이런 순환구조는 국가 간에도 나타난다. 일본, 미국이 잘 나가다가 멈추는 이유도 같다. 게가 허물을 벗듯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멈추어야 한다.

인터넷기업이 처음에는 인재가 많은 서울에서 창업하지만, 어느 정도 성장하면 환경이 좋은 외곽으로 빠져나간다. 이 단계에는 이미 성장해 있으므로 본사가 외곽에 있어도 인재가 그쪽으로 찾아오기 때문이다.

노조가 파업하면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향상된다. 환경을 강조하고 규제와 감시를 까다롭게 하면 오히려 기업체질이 강화된다. 물론 항상 그런 것이 아니다. 경제원리에 그런 측면도 있다는 거다.

무조건 파업하고 감시할 것이 아니라, 맹아기에는 씨앗이 뿌리를 잘 내리도록 지원하는 게 맞고, 어느 정도 자라면 솎아주기와 가지치기를 하듯이 규제와 감시를 하는 것이 맞다. 여기에도 규칙이 있다.

무조건 비료만 팍팍 주면 웃자라게 되고, 작은 바람에도 대가 부러져 죽는다. 조중동의 ‘재벌에게 비료 주기’가 경제를 죽인다. 이런 점을 종합해보면 경제원리가 좌파의 주장에 합치되는 측면이 상당하다.

그러므로 경제성장은 우파, 비판과 감시는 좌파식으로 도식화되면 좌파에 불리하다. 지혜 있는 여우가 두 개의 출입구를 만들듯이 성장 측면과 감시 측면에 동시에 대응하는 것이 맞다.

진리 앞에서 겸허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과학으로 보면 좌파에 불리한 측면과 유리한 측면이 공존한다. 자기편에 유리한 쪽만 보고 그쪽에 올인하며 진실을 왜곡하려 들다가는 낭패를 본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경제는 생물이므로 움츠리면 더 멀리 뛴다. 장애물을 만나면 움츠렸다가 높게 도약한다. 경제위기는 한국경제를 움츠리게 했다. 그러므로 얼마 후에 더 높이 도약하게 된다.

좌파의 묻지마 비판은 재도약의 공을 이명박에게 몰아주는 결과로 된다. 이명박의 정책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온통 경제죽이기 일색인데도 글로벌경제가 살아나는 바람에 이명박이 경제 살린 것처럼 보여진다면?

경제는 적절히 쉬어가야 하고 호흡조절을 해야 한다. 과속해도 되는 것은 시장화가 되어 있지 않은 중국뿐이다. 경제가 시장화 단계를 지나면 조중동이 반대하는 반시장적 정책이 오히려 거시경제를 살린다.

실정이 이러하니 경제 죽인 박정희와, 죽이고 있는 이명박은 칭찬을 듣고 경제 살린 김대중과 노무현은 욕먹는 잘못된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그 잘못된 평가에 좌파의 기여도 크다는 점이다.

경제가 망하는 이유는 더 큰 원인이 있다. 정치 불안, 교육 실패, 인프라 부재, 외교 고립 등이다. 외교가 가장 중요하다. 동유럽, 러시아, 중국과 수교하지 않았다면 지금 어떻게 되었겠는가?

마찬가지로 북한과 잘 되면 훨씬 나아진다. 그 외에는 한번 성장궤도에 올랐을 경우 경제정책을 잘못하면 잘못해서 오히려 더 잘되고, 잘하면 잘해서 더 경제를 망치는 역설이 일어난다.

예컨대 경제가 잘 되어 그 잘 되는 쪽에서 인재를 싹쓸이하면? 재앙이다. 빌 게이츠가 싹쓸이한 세계의 천재들이 MS에서 지금 뭐하고 있을까? 공기업이 싹쓸이한 한국의 인재들 지금 거기서 뭣하고 있을까?

경제는 좋은 것이 오히려 좋지 않은 것이며 좋지 않은 것이 오히려 좋은 것일 때가 너무 많다. 그러므로 위정자가 경제 잘못해서 나라가 결딴난다는 식의 비판은 매우 위험하다. 새옹지마와 같다.

잘못했는데도 어부지리로 이득을 보는 일은 흔하다. 종합적 안목을 가지고 보아야 한다. 긴 호흡으로 패턴분석을 하면 올바른 예측을 할 수 있다. 올바른 예측을 해서 우리가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지금처럼 도박을 계속하면 결국 잃는다. 우파가 무조건 성장에 건다고 해서 좌파는 보지도 않고 무조건 침체에 걸면 낭패다. 구조적 접근을 해야 한다. 예컨대 노조가 성장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지만 항상은 아니다.

필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조중동이 필요 이상으로 노조를 공격하는 배경이 무엇인가이다. ‘노조를 통제할 수 없다는 좌절감’에 원인이 있다. 바로 그것을 지적하자는 거다. 왜 그들은 좌절감에 빠졌을까?

왜 그들은 자기네의 능력으로는 노조를 설득하지 못한다고 생각할까? 왜 그들은 자신을 노조도 설득하지 못하는 바보 멍청이로 여길까? 이유가 있다. 하나는 노조와 적대관계를 맺는 전략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둘은 자신이 부도덕한 집단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부도덕한 집단은 원래 약점이 많다. 약점이 많으므로 대화하면 약점을 찔린다. 회사가 노조와 대화하면 노조가 회사 측의 비리를 물고 늘어진다.

그러므로 대화가 아니라 물리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현대자동차노조만 해도 그렇다. 몽구는 뭔가 약점 잡힌 사람처럼 행동한다. 그러니 약점이 많은 조중동은 노조와 적대관계를 맺는 것이 편하다.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할 자신이 없을 때는 덩치를 키워서 세력을 동원해야 한다. 세력을 만들기 위해 누군가를 타겟으로 찍어서 괴롭히는 이지메 술책을 써야 한다. 비열한 마녀사냥을 벌이는 것이다.

자기와 생각이 다르기만 하면 ‘좌빨이네’ 하는 수법을 쓴다. 이지메 전술을 계속 써먹기 위해서는 적대관계를 유지하며 ‘적이 나타났다’고 소리를 질러 공포를 조장하고 그 빌미로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구조는 좌파진영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좌파들은 원래 지식인집단으로서 사회의 눈과 귀가 되고 두뇌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계속 틀린 예측을 내놓아서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신뢰를 잃었으니 대화로 이기지 못한다. 대화에 밀릴 때는 세력을 동원해야 한다. 세력화를 위해 반대편과 적대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수구떼가 노조를 적대하듯이 경제 그 자체를 적대하는 술책을 쓴다.

‘경제는 나쁜 것이여. 돈은 더러운 것이여. 전원생활은 좋은 것이여.’

무엇인가? 좌파들도 좌절감에 빠져 있다. 말로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돈을 딸 자신감을 잃은 도박꾼처럼 운에 맡기고 아무 데나 올인한다. ‘경제 망한다’에 올인한 결과 성장의 과실을 이명박이 독식할 판이다.

과학은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그러나 진보가 먼저다. 과학은 새로운 지식을 내놓는다. 새로운 지식은 신대륙과 같다. 누가 신대륙에 먼저 가는가? 과학자가 먼저 가고, 탐험가가 먼저 가고, 자유주의자가 먼저 간다.

먼저 간 진보가 신대륙을 개척하여 사람이 살 수 있을 만큼 기초를 닦아놓으면 뒤늦게 무법자가 오고, 조중동이 오고 수구꼴통이 와서 인디언을 학살하고 깽판을 친다. 항상 그런 식이다.

과학은 중립이지만 역사는 진보의 편이다. 왜? 역사는 먼저 가서 터를 닦은 사람의 업적을 기록할 뿐 뒤에 와서 깽판을 친 무법자의 행동은 기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신감과 용기를 가져야 한다.

과학은 우리 편에 불리한 진실도 보고하지만 결국 우리 편이다. 조중동의 발호는 잠시다. 미국과 일본의 독주도 잠시다. 시장이 통합된 EU가 균등해졌듯이 글로벌경제는 거점성장을 거쳐 균등해지는 방향으로 간다.

백 년 후를 생각해보라. 지금 EU에 적용되고 있는 모델이 세계 전체에 적용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낙후한 중국 때문에 미국, 일본이 앞에서 끄는 기관차 노릇을 했지만 백 년 후에는 전차처럼 기관차가 존재하지 않게 된다.

필연적으로 그렇게 되도록 세팅되어 있다. 최후의 승리자는 우리가 된다. 왜? 우리가 저들보다 더 머리가 좋으니까. 저들보다 더 눈과 귀가 밝고 두뇌의 분별이 명석하니까. 최후의 승리는 돈이 아닌 문화에 돌아가니까.

※ 출처 - http://gujoron.com/xe/20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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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교육‘철학’이 아닌 교육‘정치’가 필요하다 / 이범

                                                                                               한겨레 신문 2009.3.29

일제고사는 창의력 말살 시험이다’에 대한 반론

이명박 정부는 ‘무책임한 학교’에 대해
일제고사는 학력미달자 대책이라는
방어논리로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편다
전교조는 대국민 ‘정치’를 하라

나의 칼럼 ‘일제고사, 반대가 능사인가?’(3월10일치)에 대한 이천만씨의 반론 ‘일제고사는 창의력 말살 시험이다’(3월19일치)는 한마디로 평가에 대한 교육학적인 강의록이다. 나는 교육에 대한 ‘전문적’ 식견과 ‘지당한’ 말씀에 근거하여 일제고사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통념에 반대한다. 왜냐하면 교육은 철학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을 만나 보라. 이들은 학교의 무책임함에 질려서, 아예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는다. 수업하다가 ‘이거 학원에서 다 배웠지?’, 질문하러 갔다가 ‘학원 선생한테 물어봐’, 상담하다가 ‘이 과목 저 과목은 학원에 다녀’라는 말을 듣는 경험들. 교육에 대한 한국 사회의 기대수준이 빠르게 상승한 것에 견줘 보면, 우리 공교육은 이전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는 오히려 퇴보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명박 정부는 이처럼 ‘무책임한 학교’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대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일제고사에 대한 공격에 이미 방어논리를 가지고 있다. ‘기초학력 미달자에 대한 대책’이라는 것이다. 이를 재반박할 수 있는 논거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로 기초학력 미달자의 비율과 분포는 표집평가로도 알 수 있으며, 만일 전집평가(일제고사)를 꼭 봐야겠다면 미국처럼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라는 것. 둘째로 기초학력 미달자에 대한 가장 선진적이고 효율적인 대책이 핀란드에 이미 존재하므로 이를 본받자는 것. 핀란드 교육은 여러 가지 면에서 감동적이지만, 나는 보충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을 일정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집에 안 보내고 일대일로 씨름하는 핀란드의 강력한 ‘책임교육’에 충분히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매한 철학이 참담한 현실을 가릴 때, 우리는 이를 ‘개똥철학’이라고 부른다. 이런 의미에서 진보진영의 지배적인 교육담론이 부분적으로 ‘개똥교육학’의 구실을 해 왔음을, 그리고 개똥교육학으로는 ‘교육정치’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냉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일제고사와 관련된 교육정치는 무엇보다 ‘무책임한 학교’에 대한 대중의 뿌리 깊은 혐오와,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과의 경쟁 구도라는 조건 속에서 이뤄짐을 알아야 한다.

경위야 어쨌건 전교조는 교육감 선거에서 ‘전교조 후보가 당선되면…’이라는 협박에 일거에 반대 후보를 당선시키는 위력(?)을 갖게 되었다. 만일 반이명박 반사이익에 안주한다면, 그리고 환원주의와 개똥교육학에 기댄다면 이 ‘위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전교조가 재활하려면 자신이 보유한 자산들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이를 무기 삼아 과감한 대국민 ‘정치’를 해야 한다.

이범 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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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며 보챈 아들을 야산에 암매장

●…충북 청주지법 형사11부는 다섯살짜리 아들이 울며 보채자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한 김모(39)씨에 대해 26일 폭행치사·시체은닉죄를 적용,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잠을 자려고 하는데 아들이 울며 보챈다는 이유로 때려 숨지게 한 것은 범행 결과가 매우 중해 중형선고가 불가피하지만 4년간 죄책감에 시달리다 스스로 수사기관을 찾아 범행을 자백하고 잘못을 깊이 뉘우치는 점을 고려해 이같이 선고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2005년 1월23일 오전 9시쯤 야간 택시운전 근무를 마치고 청주시 흥덕구 분평동 집으로 귀가해 잠을 자려던 중 아들이 울며 보채자 손바닥으로 머리를 때렸고 아들이 벽에 머리를 부딪쳐 숨지자 같은 날 오후 4시쯤 시신을 상당구 월오동의 한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김씨는 죄책감에 시달리다 범행 한달 후 가출해 지난 1월 자수할 때까지 4년간 떠돌이 생활을 하며 숨어 살았고 그의 부인(당시 34세)은 남편이 아들을 숨지게 한 것을 알고 괴로워하다 사건 발생 7개월 뒤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Posted by 동그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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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봐라..과거의 현상을 사후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그럴 듯 하지만, 미래를 예언하는 것은 두루뭉시리하고 근거도 적다.  2000년에 신동아에 실렸던 글이다. 역시,  " 평생 주역을 연구한 노학자의 세상 이야기" 수준으로 나왔으면 적절했는데, 주역 괘가 잡힌다고 어쩌고저쩌고 하니, 과장한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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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옹의 통일예언
▶제244호/2000.07.27

■ 사회
“2002년 남북통일 열리는 ‘괘’가 잡혀요”
주역의 대가 大山 김석진옹…
올부터 대혁신 기운 돌아, ‘바꿔’ 열풍도 당연한 일



남북이 분단된 지 만 55년을 맞은 경진년(庚辰年·2000년) 정초, 한학자이자 주역의 대가로 손꼽히는 대산(大山) 김석진(金碩鎭·홍역학회 회장·73)옹은 뭔가 짚이는 바가 있어 주역 64괘 중 ‘분단수’를 의미하는 55번째 괘를 뽑아보았다.
이름하여 뇌화풍(雷火豊) 괘. 육효(六爻)를 풀어보니 ‘그 짝이 되는 주인을 만나되 비록 평등하게 하나 허물이 없으니, 가면 숭상함이 있으니라’ 하고, ‘그 평등한 주인을 만나면 길하리라’는 구절도 있다.

여기서 주인은 누구를 말하는가. 김옹은 99년 3월에 펴낸 저서 ‘대산주역’(한길사)에서 스승인 야산(也山) 이달(李達·1889~1958)이 남긴 ‘남북통일의 시’를 뇌화풍 괘 풀이란에 소개해놓음으로써 그 ‘주인’되는 사람들이 남북의 두 정상임을 암시했다.

대산의 스승이자 사학자 이이화씨의 부친인 야산은 평생 주역을 연구해 중국 일본과는 다른 한국식 주역을 창시한 인물. 그는 우리나라를 중심에 놓고 주역을 해석, 경원력(庚元歷)이라는 독특한 역학 체계를 완성했으며 이후 그 전통이 대산 김석진에게로 이어졌던 것.

김옹은 스승인 야산 역시 분단 55년 만에 남북 정상이 만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고 말한다. 야산은 6·25전쟁을 겪고 나서 얼마 후 대산을 비롯한 제자들과 문답을 나누었다.

“이 땅이 두 조각 나고 우리 민족이 갈라져 동기간에도 오가지 못하고 만나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언제 서로 만나게 되겠습니까?”

이에 야산은 제자들에게 법성게(法性偈·신라시대 화엄종 조사 의상대사가 지은 것으로 ‘화엄일승법계도’ ‘해인도’라고도 함)를 가르쳐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것을 공부하면 알 수 있다.”


비결서 ‘격암유록’에서도 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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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성게에는 총 210개의 한자가 등장하는데, 한자 7자(7언시)씩을 한 묶음으로 묶어 상단에 15개, 하단에 15개를 배치해 놓은 것이다. 또 각 한자 사이를 선으로 연결시켜 ‘미로찾기’처럼 꾸며놓고 있다. 상단과 하단의 중앙에 있는 ‘법’(法)이란 글자로 시작해서 맨 끝자인 ‘불’(佛)자에서 만나도록 돼 있어 이른바 ‘법불(法佛)이 만나는 자리’라고도 한다.
대산은 경진년이 쉽게 지나칠 해가 아님을 알고 스승이 가르쳐준 법성(法性) 행사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지난 4월16일 경기도 파주의 미타사에 홍역학회 회원 210명이 모였다. 법성게가 불교계에서 남긴 우리나라의 유일한 게여서 장소도 절을 택했던 것. 드디어 법성게 210자를 바탕으로 마당에 법성진(法性陳)이 그려졌고, 210명의 회원들이 김옹을 중심으로 탑돌이하듯 빙빙 돌면서 법성게를 독송했다. 하얀 한복을 입은 김옹은 법성진을 밟고 있었다.

아니나다를까, 법성진의 꼬불꼬불한 굽이가 54곡(曲)인데, 이는 54고비를 지나 55가 되면 법과 불이 만난다는 것을 의미했다. 또한 법성게 210개 문장 안의 숫자 총합이 묘하게도 55를 가리키고 있었다.

여하튼 미타사의 행사가 있은 지 두달 후인 지난 6월 한반도에서는 남북 정상이 분단 55년 만에 처음으로 만나는 극적인 장면이 벌어졌다. 홍역학회 회원들은 남북 정상의 만남을 지켜보면서 “법성게에서 법불이 55에서 만나듯 남북이 분단 55년 만에 만났다”며 환호했다.

흥미롭게도 남북 정상이 만나는 것을 의미하는 또 다른 주역 괘도 있다. 홍역학회에서는 한반도를 남북으로 갈라놓은 3·8선이 화택규(火澤目癸) 괘(주역에서 38번째 괘)로 일명 ‘남북분단 괘’라고 말한다. 그런데 남과 북이 어긋났다는 규괘에서도 서로가 불신하고 갈등을 일으키다가 나중에 주인이 서로 만나 모든 의심을 풀게 된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육효(六爻)의 ‘주인을 후미진 곳에서 만나면 허물이 없으리라(遇主于巷 无咎)’라는 구절이 그것. 이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두 주인이 정식으로 거처하는 자리가 아닌 ‘후미진 곳’(백화원 초대소)에서 만나 일을 성사시킨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7월5일 서울 종로구 숭인동의 홍역학회 사무실에서 대산 김석진옹을 인터뷰했다. 올초 남북 정상의 만남을 예언한 그를 통해 앞으로의 남북 관계를 짚어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고희를 넘긴 나이인데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서기 2000년, 경진년의 의미부터 먼저 짚었다.

“서기 2000년은 서양 역법(曆法)으로 1000년이 바뀌는 해라고 해서 서양 사람들이 특별히 생각하듯이, 동약 역법에서도 ‘경진’이라는 태세(太歲)는 우리에게 엄청난 변화를 몰아오는 해로 암시돼 있습니다. 60갑자로 경진의 경(庚)은 ‘고칠 경’으로 혁신을 의미하며, 진(辰)은 용(龍)으로 변화를 이루는 것을 뜻합니다. 즉 그동안 헤어져 있던 남북이 만나는 일을 비롯해서 모든 것을 새롭게 고쳐나가는 변화의 해지요.”


미래를 보려면 젊은 층 행동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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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진년을 주역으로 풀어봐도 마찬가지다. 10간12지지의 순서 배열상 ‘경’은 일곱번째로 칠간산(七艮山) 괘가 되고, ‘진’은 다섯번째로 오손풍(五巽風) 괘가 된다. 이 두 괘를 합하면 주역의 산풍고(山風蠱) 괘인데, 김옹의 풀이가 예사롭지 않다.
“이 괘는 좀먹을 고(蠱)라는 한자에서 보듯이 한마디로 부패한다는 의미입니다. 온 사회가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고, 사람들은 재물 축적에만 열심이고, 권력층에서는 진퇴를 모르고 정권을 유지하려고만 하니 부패가 극에 달할 수밖에 없지요. 지금 사회가 그렇게 돌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극(極)에 달하면 반(反)한다고(極則反), 경진년이 부패의 극을 달리다 보니 반하는 기운으로 ‘바꿔’ 바람이 이는 것입니다. 전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총선시민연대가 나선 것도 바꿔보자는 경진의 기운에서 나온 것입니다.”

김옹은 또 경진년을 산풍고 괘로 보든, 분단 55년 만에 두 정상이 만나는 뇌화풍 괘로 보든 두 괘 모두에 변혁의 기운이 왕성히 서려 있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1984년 하원갑자에 들어선 이후 본격적으로 선천(先天)시대가 끝나고 후천(後天)이 시작되는 해가 경진년이라는 것이다. 여하튼 우리 사회가 반목과 갈등으로 극에 치달으면서도 새시대 개창의 의미가 담긴 경진년은 음력 9월(병술월)에 들어서면 남북의 만남과 화합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게 김옹의 예언.

또 2002년(임오년)부터 본격적으로 통일의 길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는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비결서인 ‘격암유록’에서 ‘용의 해(2000년)와 뱀의 해(2001)에 성인(聖人)이 출현하고, 말의 해(2002년)와 양의 해(2003년)는 즐거움이 가득하다’는 예언과도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김옹은 사회의 젊은 층이 하는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젊은 여성들이 너덜너덜하고 구멍이 숭숭 뚫린 바지를 유행처럼 입고 다닌 것은 바로 우리 사회가 IMF라는 경제난에 봉착해 거지신세가 될 것임을 암시했으며, 여성들이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것은 유교사회가 금기시한 동성동본 혼인을 허용하는 일을 예고했다는 것. 또 여가수의 노래 제목인 ‘바꿔’가 히트한 것은 앞으로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 전반의 탈바꿈을 유도할 암시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공자가 말한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이치라는 것이다.


<안영배/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oj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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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 김석진 선생님은 뛰어난 주역 학자이다. 하지만 이런 류의 이야기는 선생님의 삶 속에서 나온 지혜의 말씀 정도로 생각해야지,  진짜로 이게 역사의 법칙이라고 생각하면 아주 아주 곤란해 진다. 

"한국, 그리고 세계에 대한 한 노학자의 고언" ...이 정도로 말하면서, 책내었으면 좋았을 텐데, ....
 홍역학회는 매번 겸손하다기 보다는,  과도하게 포장한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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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만년 잠들었던 홍익인간 DNA를 깨워라”

‘易聖’ 김석진 선생, 한국의 미래를 풀다

이정재 | 제105호 | 20090314 입력 블로그 바로가기
세상이 어렵다. 도처에 어둠이다. 한 줄기 빛이 필요한 때다. 역성(易聖·주역의 성인)으로 불리는 대산 김석진(81) 선생이 큰 호령을 했다. 2년 전 팔순을 맞아 세상사를 잊겠다던 그가 지난달 다시 책을 냈다. 우리의 미래다. 어렵다고 주저앉지 말고, 참고 나가면 좋은 세상이 열린다는 뜻을 담았다. 제자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전해지다 정·재계와 법조계에 입소문이 났다.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 백만기 회장은 “어떤 경제 예측도 믿지 못하게 된 이때 주역으로 풀어낸 대산 선생의 말씀에 희망과 위안을 갖게 됐다는 경제계 인사가 많다”고 말했다. 대전 유성구의 신도시 아파트에서 그를 만났다. “반만년 잠들었던 홍익인간 DNA를 되살려야 해. 그러면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설 거야.”(※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편집자 주)
-언제 경제가 좋아집니까.
“괘를 얻어 보니 올해는 절괘(絶卦)야. 시절을 알아야 하는 해지. 올해도 어렵겠어. 연말이 돼서야 가랑비가 한두 차례 흩뿌릴 거야. 비다운 비가 오려면 내년 하반기는 돼야 해. 경인년인 내년은 비괘(備卦)야. 말 그대로 준비하는 해야. 큰 경제, 좋은 세상을 준비하는 해지.”

-좋은 세상은 언제 오나요.
“2014년이야. 올해까지는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인년(2010), 묘년(2011년)엔 대강 세상의 변할 일을 알게 될 것(寅卯事可知)이야. 여전히 어지러운 세상이지만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다는 거지. 2013년까지는 큰 변화가 올 거야. 통일의 기운이 열리고, 큰 지도자가 나타나는 것도 이때야. 이런 변화가 끝나는 2014년이 되면 좋은 세상이 열릴 거야.”

-좋은 세상은 어떤 겁니까.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이 되는 세상이지. 새 문명이 이 땅에서 생겨나는 거야. 세계의 금융시장이 이 땅에 들어설 거야. 이왕이면 판문점이나 개성쯤이 좋겠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온갖 종교와 사상이 한반도라는 용광로에서 녹아 새로 태어나는 거
야.”

목소리는 카랑카랑했다. 질문의 핵심도 한번에 뀄다. 수전증으로 손을 떠는 것 외에
건강엔 이상이 없다고 했다. 내친김에 나라의 큰일들을 물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1년이 지났습니다. 경제가 어렵다 보니 기대에 못 미친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대통령의 운세는 나라의 운세를 따라가는 거지. 아직 시운이 안 좋아. 올해, 내년이 중요해. 눈치 보지 말고, 할 일을 해야 돼. 경제대통령이 되겠다는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해. 『서경』에도 있어. 제왕의 첫째 도리가 식(食)이야. 식은 백성이 잘 먹고 사는 것이야. 경제 잘하려면 심약하게 여론 눈치 보면 안 돼. 대운하는 서두르지 말고, 민심이 호응해 줄 때 해야 돼.”

-요즘 북한 군부의 위협이 커지고, 전쟁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전쟁은 없어. 안 일어나. 지금 북한 군부가 하는 것은 성동격서야. 남한을 놀라게 해서 먹고살자는 거지. 2014년 북한에도 큰 변화가 올 거야. 통일의 기운이 이때 보일 거야. 연정(聯政)에 가까운 체제로 가게 될 거야. 세계적 금융시장을 판문점이나 개성에 열자는 것도 그래서야. ”
주역에 달통하면 천문과 지리가 열린다는 옛말이 있다. 대산의 경지가 궁금했다.

-그런 것들이 다 주역에 나옵니까.
“하늘의 별자리로 따지면 우리나라는 간방(艮方)에 속해. 공자께선 ‘만물이 간방에서 시작하고, 끝난다(終萬物, 始萬物)’고 하셨어. 2008년에 반만년 이어왔던 선천(先天)시대가 끝나고 후천(後天)이 열렸어. 선천이 물질이라면 후천은 정신이요, 선천이 양이라면 후천은 음이야. 물극필반(物極必返)이라,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돌아오는 법. 동양에서 출발했던 문명이 서양의 시대를 돌아 다시 동양으로 오는 거지. 동양에서도 간방인 우리나라가 후천의 새 문명이 시작하는 곳이야.”(※간방은 하늘의 별자리로 따져 28수(宿) 중 기수(箕宿)와 두수(斗宿) 사이. 대산은 한반도와 만주지역을 간방으로 봤다. 간방은 동북방을 의미하고, 시간으로는 새벽이나 초봄이다. 그림참조)

-후천세상을 위해 뭘 준비해야 합니까.
“특별히 할 것은 없지. 대신 좀 더 인정 넘치고, 검소하고, 노력하면 될 거야. 우리나라는 만인·만물이 같이 녹는 나라야. 우리나라 사람들, 세계에 유례없이 유별난 것도 그래서야. 독할 때 무척 독한데, 투명하고 깨끗하기도 하지. 억척스럽고 근기 있고, 할 바를 다하잖아. 반만년 우리네 가슴속을 이어온 홍익인간 DNA 때문이야. 잠들었던 홍익인간 DNA를 깨워 내기만 하면 돼.”

-홍익인간이 뭡니까.
“물질이 극에 달하면 정신이 불건전해져. 사회가 병들지. 나라도 마찬가지야. 그걸 고치는 게 정신이고 홍익인간이야. 홍익인간은 너나가 하나 되는 마음이야. 하나는 ‘큰’ 거야. 세상은 하나에서 시작해 하나에서 끝나. 하나를 이루는 건 사랑이야. 사랑으로 이루고 통하는 세상이 홍익인간이지.”
전화벨이 울렸다. 잠시 호흡을 고른 뒤 저명인사의 이름을 대며 앞날을 짚어 달라고 했다. 거절했다. 그래도 또 물었다.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됩니까.
“지금은 알 수 없지. 후천은 음의 시대니, 여성 지도자가 많이 나올 거야. 여성 대통령이 나올 수도 있지. 박근혜씨에게도 대통령 운세가 있어.”

-점은 안 쳐줍니까.
“평생 누구 점 봐 준 적 없어. 점 봐서 돈 벌었으면 많이 벌었겠지. 그러나 돈 쌓아놓으면 뭐해, 가져갈 거 아니잖아. (점 쳤으면) 이렇게 주역 가르치는 일도 못 했을 거야. 이 일로 족해.”

-옛 선비들은 ‘주역 공부 함부로 말라’며 경계했습니다.
“주역은 무서운 책이야. 만학의 으뜸이지. 주역의 도는 음양의 도야. 음양의 도는 변화에 있지. 늘 변하는 게 세상이고 그런 세상의 움직임을 알게 해 주는 게 주역이야. 풍수지리가 다 여기서 나왔지만 그건 그냥 역(易)이지, 주역은 아니야. 3대가 ‘덕을 쌓아야’(積德) 주역 공부한다는 말이 괜히 나왔겠어. 잘못 공부하면 미친다고 해.”(※대산은 복희씨가 만든 역을 주(周)나라 문왕이 완성해 주역이라 부른다고 했다. 공자가 주역에 열 가지 해설을 붙였고, 주자는 점학(占學)으로 주역을 풀었다고 설명했다.)

-팔순 때 강의도 끊고, 세상사를 잊으신다더니 다시 책을 냈습니다.
“어려운 때 어렵다는 얘기는 누구나 할 수 있어. 어려울수록 희망을 주는 언어가 필요하지. 주역에 그 길이 있으니, 내 그 길을 일러줄밖에.”(※책은 제자들이 묻고 대산이 답한 것을 정리했다. 대산은 한·미 통화스와프 같은 경제용어는 잘 모르지만, 제자들이 물으면 큰 흐름을 짚어줬다.)

-제자들이 8000명이나 되신다는데.
“제자는 무슨. 그냥 강의 한번 들은 분들이지. 성균관대 총장을 지냈던 한 분이 설날 세배 왔다가 사람이 많은 것을 보고는 ‘(대학 총장인) 나는 제자가 없는데 (소학교만 나오신) 선생은 제자로 인산인해니 부럽습니다’ 그러더군….”

두 시간여의 인터뷰에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목 좀 축이고 하시라”면 “괜찮다”고 했다. 평소 2시간짜리 강의 때도 물 한 모금 마시지 않는다고 했다.

-오늘이 중앙SUNDAY 창간 2주년입니다. 독자들에게 덕담 한 말씀 해 주시지요.
“이름에 답이 다 있어. 만사는 중앙에서 이뤄지는 법이야. 중도를 지키고, 공정보도하면 다 이뤄질 거야. 세상 이치는 편한 마음으로 봐야 잘 보여. 바쁠 때 보는 신문보다 일요일 날 편한 마음으로 보는 신문에서 세상 이치를 더 잘 읽고 배우게 되는 거지. 중앙이니까, 또 일요신문이니까 독자들이 좋아하고 많이 발전할 수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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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이야기가 본문에 나와있는데, "실제 그 시대는 어땠을까??"가 궁금하다.

짐작으로는 더 심했을 것이라고 본다.  조선시대를 찬미하려는 어떤 사람들을 보면, 그 의도가 좋아보일지라도, 좋은 평을 해줄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이전의 다른 시대는 어땠을까?  혹은 외국은 어떨까??  외국도 이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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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2년차 투서·루머 전쟁 … “조선시대 궁중 암투 실감케 해”

기사입력 2009-01-17 02:32 |최종수정2009-01-17 04:28 기사원문보기
[중앙일보 서승욱]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2년차 새 진용 짜기에 고심하는 사이 정·관계가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경 쟁자의 약점을 찌르는 투서가 쏟아지고, 루머가 꼬리를 잇는 파워게임 양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만인(萬人)대 만인(萬人)의 투쟁' 형국이다. 권력 핵심부인 청와대도 예외가 아니다. “조선시대 궁중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경험해 보지 않아도 실감이 간다”는 이야기가 청와대 고위직들 사이에서 나올 정도다.

최근 박병원 경제수석 관련 의혹이 흘러나온 배경을 놓고도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의혹이 확대·포장된 흔적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번 일을 스크린해온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감사원이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에 대한 감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박 수석을 조사할 필요성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박 수석과 전혀 무관한 부분들까지 박 수석 책임인 양 포장돼 흘러나오고 있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박 수석 재임 시절 벌어진 일이 아닌 일들까지 의혹의 대상으로 보도되자 감사원 관계자들이 깜짝 놀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의혹이 터진 시점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수석과 비서관 교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편의 가닥이 잡힌 상태에서 박 수석 관련 의혹이 불거진 때문이다. 그래서 청와대 내부의 누군가가 조직 개편과 인사 교체의 폭을 크게 하기 위해 박 수석 관련 의혹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

인사를 앞두고 투서가 쏟아지는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특히 권력 교체기에 투서가 난무한다. 하지만 새 정부 2년차를 맞은 올해 유독 투서와 루머가 쏟아지고 있다는 게 인사·사정 업무를 맡고 있는 정부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 런 일도 있다. 유임이 유력시되는 모 장관과 관련, 최근 “이 대통령의 친척인 모 인사와 가장 가까운 친구여서 장관직에 올랐으며, 무슨 잘못을 하더라도 계속 유임시킬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투서가 관계기관에 접수됐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소문을 확인해 보니 두 사람 사이에 나이 차이도 많고, 이 대통령의 친척이라는 모 인사의 경우 인사청탁을 할 인물이 아니어서 허위 루머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또 모 기관장과 관련해선 “업무와 관련해 업체로부터 미화로 돈을 받았다”는 제보가 접수돼 사정당국이 확인에 나선 일도 있다. 또 권력기관장들 중 누가 경질되느냐가 초미의 관심이 되자 “(경쟁 관계에 있는) 특정 기관에서 경쟁적으로 다른 기관장에 대한 나쁜 소문을 청와대에 보고하고 있다”는 설도 파다하다.

“투서들 중 99%는 신빙성이 별로 없다”는 게 투서를 오래 다뤄온 감사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개중엔 제보가 사실로 드러난 경우도 있다.

한상률 국세청장이 지난 연말 경북 포항지역 기업인들과 골프·식사를 함께한 일을 청와대가 처음 파악한 것은 제보성 투서 덕택이었다. 이후 민정수석실이 나서 사실 관계를 추적했고, 제보의 상당 부분이 사실로 밝혀졌다.

한 청장의 경우 그림 로비 의혹 외에도 확인이 불가능한 숱한 투서와 제보가 청와대에 쏟아지고 있다고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여 의도 국회 주변에서도 '믿거나 말거나'식 소문들이 끊이지 않는다. 1기 청와대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물이 개각과 인사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지난 연말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을 독대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당사자와 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에선 펄쩍 뛰며 부인했다. 친박근혜계 의원들의 대통령 독대설도 끊이지 않는다. PK(부산·경남) 출신 모 인사의 경우 사회분야 장관직을 제안받았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또 장관 물망에 오른 친박 진영의 한 의원에 대해 이 대통령이 “장관이 되기엔 역량과 경륜이 너무 모자란다”고 일축했다는 네거티브성 루머도 퍼지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질까. 우선 사분오열돼 있는 여권 내 권력구조가 문제로 꼽힌다. 권력 내 핵심 그룹이 단단하지 않고 분열돼 있어 각 세력 간 과열 경쟁이 투서와 루머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 거 상도동계나 동교동계와 달리 현재 권력의 핵심부는 이상득 의원계와 이재오 전 의원계, 정두언 의원 등 소장파 그룹으로 뿔뿔이 나뉘어 있다. 최근의 인사작업은 이 대통령이 극히 제한된 청와대 실무진과 함께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이 때문에 각 세력이 끼어들 여지가 크지 않다. 이 때문에 각 계파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채널과 수단을 가동해 외부 선전전을 가동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투서와 루머가 쏟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말 개각설이 돌던 지난해 12월에는 이 대통령의 전·현직 핵심 참모급 다섯 명이 부부 동반으로 1박2일 주말 골프 여행을 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한쪽에선 “몸가짐을 조심해야 하는 사람들이 자숙하지 않고 있다”고 헐뜯고, 루머의 당사자들은 “헐뜯기 위해 루머를 과대 포장했다”고 받아치는 힘겨루기가 수면 밑에서 한동안 이어졌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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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ver Story] '리먼'을 낚아챈 사무라이 "투자란 최악에 하는 겁니다"
日 노무라증권 회장 고가 노부유키(古賀信行)
"금융은 사람이다"
"리먼 인수는 회사가 아니라 인재<人材>를 산 것"


도쿄=선우정 특파원 su@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지난 9월 파산한 리먼브러더스를 부분적으로 인수한다는 일본 노무라홀딩스(노무라증권의 지주회사)의 발표는 특히 한국을 당혹스럽게 했다. '천재일우의 호기(好機)'라는 일본 언론의 호평은 더욱 한국을 아프게 했다. 마치 우리가 놓친 대어(大魚)를 뒤에서 기다리던 일본이 날쌔게 잡아챈 듯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가 노부유키(古賀信行·58) 노무라(野村)증권 회장은 기자가 인터뷰 첫머리에 "리먼을 매수했다"고 말하자, "매수가 아니라 리먼에 근무하던 사람들을 받아들였다는 것이 정확하다"고 바로잡았다. 리먼을 통째로 껴안은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 부담스러운 듯했다.

기회는 극적으로 다가올수록 리스크도 큰 법이다. 노무라 역시 지금 "천재일우"라는 호평이 잠잠해진 뒤 경영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이란 대가를 치르고 있다. 노무라는 이번 기회를 어떤 방식으로 움켜쥐었고, 그 후 다가온 리스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 마이니치신문 제공

11월 20일 도쿄 집무실에서 고가 회장을 만나 노무라의 입장을 들었다. (인터뷰에선 편의상 '리먼을 매수했다'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했다. '리먼 매수(또는 인수)'는 '리먼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문과 유럽·중동 지역의 주식 및 투자은행 부문의 인재를 받아들였다'는 것이 정확한 뜻이다.)

―금융위기로 투자은행 시대가 종말을 맞았다고 합니다.

"규제의 관점에서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은 '자유도'의 차이이지요. 투자은행은 높고, 상업은행은 낮고. 그런데 지금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가 손을 들어 '규제해 주세요'라고 말하고 있으니, 스스로 상업은행의 길을 선택한 것이지요. 왜 그럴까요? 지금 돈이 (투자은행 쪽으로) 돌지 않으니 (투자은행이든, 상업은행이든 회사가) 소멸하는 위기를 절박하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투자은행 업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요. 미국 투자은행이 열심히 하던 사업 모델, 즉 과도한 레버리지(leverage·자기자본을 웃도는 부채를 동원하는 것)를 가해 자본 효율을 높이는 사업 모델이 시정되는 것입니다."

―이런 시기에 투자은행, 그 중에서도 (레버리지 모델에 가장 열중한) 리먼 브러더스를 인수한 배경은?

"레버리지의 시대, 그 다음은 무엇일까? 다음 시대의 금융의 역할, 구체적으로 어떤 영속성 있는 업무를 할 것인가? 이것이 앞으로 세계 금융계의 가장 큰 과제입니다. 자본 효율성이 강조되던 시대에 노무라는 구미 투자가들에게 '노무라는 자본을 사용하는 방법이 너무 서툴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덕분에 큰 충격을 피했지만) 그렇다고 노무라만의 옛날 식에 안주하는 것이 좋다고 말할 수 있는 확신도 없지요. 그래서 미국 투자은행에서 일하던 우수한 인재들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물론 그 사람들이 리먼에서 하던 똑같은 일을 해선 안 되지요. 이미 통용되지 않는 방식이니까. 노무라 역시 노무라의 옛 방식을 주입해선 안 됩니다. 세계 금융계가 새 모델을 찾듯이, 우리도 금융의 새로운 지평, 영속성 있는 업무 형태를 찾아야지요. 서로 다른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보다 높은 관점에서 함께 찾아보자는 것입니다."

―왜 리먼 중에서도 미국이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이었습니까?

"지역별로 입찰하는 형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유럽, 아시아라도 주식 업무 영역, 투자은행 업무 영역, 여기에 부속하는 IT 인프라로 크게 분류돼 문이 열렸지요. (자산을 포함해) 리먼 전체를 산다는 것은 당시 고려 사항이 아니었습니다. 아시아와 유럽은 (우리가 원하는) 인력을 받아들이는 조건이 맞았던 것이지요."(북미 리먼 브러더스의 핵심 부문은 자산을 포함해 영국의 바클레이즈가 인수했다.)


▲ 일본 노무라증권의 고가 노부유키 회장은“금융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우수한 인재를 얻기 위해 리먼을 인수했다”고 말했다. /마이니치신문 제공

―노무라의 목표는 '월드 클래스의 금융회사'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이번 리먼 매수로 충분하다고 보십니까?

"지금은 혼란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누가 더 가까이 접근하는가를 놓고 경쟁하던 미국 모델이 붕괴됐지요. 어떤 내용의, 어떤 규모의 금융회사가 '월드 클래스'인가를 누구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각오하고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 우리 스타일이지요. 앞으로 무엇이 '월드 클래스'인가를 정립하는 과정에서 인력이 부족한 부문도, 충분한 부문도, 지나치게 많은 부문도 생길 것입니다. '힘겹지만 (새로운 월드 클래스의 기준을 정립)해보는' 길을 우린 선택한 것입니다."

―회장님에게 가장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국산업은행(KDB)이 리먼 인수전에 뛰어들 때엔 바라만 보다가 리먼 파산 이후에 참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린 리먼만 본 것이 아닙니다. 당시 여러 곳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었으니까요. 처음부터 리먼을 매수하겠다는 계획은 없었지요. KDB가 협상을 할 때 우리에겐 리먼에 대한 기회가 없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 뒤 사정은 모르지만 협상이 중단됐지요. 그리고 리먼은 파산했습니다. 파산을 관리하는 입장에선 리먼 매각을 원점에서 추진하지 않으면 안됐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파산을 관리하는 측으로부터 인력을 인수할 곳을 찾는다는 오퍼가 들어와 검토를 시작한 것이지요. KDB가 협상할 때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고, 달라진 상황이 우리 생각에 맞았던 것입니다."

―민감한 질문입니다만, KDB와 달리 리먼 전체를 사들이는 방안을 처음부터 검토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체를 산다는 것은 우리가 전체를 매니지해야 한다는 얘기이지요. 회사를 산다는 것은 회사의 밸런스시트(대차대조표) 전체, 지금까지 활동한 모든 것에 책임을 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회사를 확실히 '듀 딜리전스(due diligence·자산 실사)'해서 확답을 얻어야겠지만, 그런 혼란한 시기에 과정을 완수하는 건 우리로선 무리였습니다. 여하튼 리먼이 우리에게 '회사로서 (인수하는 것이) 어때?'라고 물은 일이 없습니다."


■리먼으로부터 인수한 것은 '인재(人材)'

―인수 소식이 처음 나왔을 때 아시아 부문 인수 비용은 2억5000만 달러, 유럽-중동 부분은 2달러라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 노무라는 인도의 IT 3개 자회사 매수 비용을 포함해 20억 달러가 총 인수 비용으로 투입된다고 발표했습니다. (노무라는 인건비 등 항목별 인수 비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예상한 금액 이내입니까?

"원래 얼마를 쓰겠다는 목표를 만들고 시작한 일은 아닙니다. 20억 달러든, 2달러든 우리는 회사를 산 것이 아니라 사람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그 증표로서 2달러의 인수 비용이지요. 우리가 무언가를 산 것이니까 고용할 권리를 샀다고 할 수 있지만, 사실 '고용할 권리'란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지요. 사람은 자유이니까. 따라서 사람을 고용할 의무를 안았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사람을 고용할 의무를 짊어질 때 얼마가 들어갈지는 확정하기 힘듭니다. (리먼 시절의) 계약을 그대로 이어 가니까 몇 개월 계약도 있고 1년 계약도 있고. 계약을 바꿀 때도 또 비용이 들겠지요. 여러 가지를 합쳐 20억 달러란 금액이 나온 것입니다."

―인력 통합 과정에서 리먼 인력의 95%가 노무라로 옮겼다고 합니다. 일부 이탈은 있었지만 그 자체는 높은 수준이 아닌가 합니다. 임금도 이전 계약 그대로이지요. 세계 금융계가 리스트럭처링(정리 해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가능하겠습니까?

"현 시점에서 '리스트럭처링부터 시작하자'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말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먼저 리먼에 어떤 인재가 있고, 노무라 사람들과 어떤 팀을 이룰 것인가를 생각해야죠.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상황 변화는 있을지 모르지요. 변화에 대처하는 것은 늘 있는 일입니다."


지난 4~5년은 다시 돌아가기 힘든 '희한한 시대'

―역시 노무라는 '여유'가 있군요?

"아니, 아니. 지금 세상에 여유가 있는 금융회사가 어디 있겠습니까?"(웃음)

―노무라 역시 경영 실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주가도 안 좋지요. 노무라의 리먼 인수에 대한 시장의 우려와 평가를 반영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노무라는 4~9월에 1495억엔의 손실을 기록했다. 인터뷰가 있었던 11월 20일 도쿄 주식시장에서 노무라 주가는 하한가로 밀렸다.)

"최근 주가 흐름은 솔직히 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은 가치가 지나치게 낮은 주식이 많은 상황이라 개별 주가 자체가 회사에 대한 시장 평가를 말해 준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다만 말씀대로 시장에서 우려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이번 리먼의 부분적 인수가 곧장 노무라에 커다란 성과로 연결될 수 있는 시대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착실히 다음 시대로 전진해 갈 것입니다. 그런 모습을 하루라도 빨리 (시장에)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련해서, 세계 경제가 언제까지 어려움을 겪을까요?

"긴 눈으로 보면 지난 4~5년이 희한한 시대였습니다. 전 세계가 동시 호황을 맞았으니까요. 역시 긴 눈으로 보면 세계가 전면 불황을 겪는 지금도 이상한 시대일 것입니다. '언제 지난 4~5년으로 돌아갈까요?'라고 묻는다면, '희한한 시대였으니 돌아가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지난 4~5년이 아니라 그 이전에 경험한 보통의 호경기로는 일정한 시간을 거쳐 세계 경제가 수렴해 들어가겠지요. 그래도 내년까지는 어려움을 각오해야 합니다. 신용 창조로 꾸려진 미국이었는데 신용이 더 이상 창조되지 않으니 침체에 가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지요. 상황이 3개월 만에 끝날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금융업 핵심은 '사람'

고가 회장은 노무라증권 사장을 거쳐 지난 4월 회장으로 승진했다. 2003년 사장 취임사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금융서비스회사를 지향하겠다"였다.

―지난 3월 말 회장 승진 기자회견에서 "(노무라의 역사에) 일단락을 만들자"고 했습니다. 최근의 변화를 예측한 말씀으로 들립니다.


"기업은 끊임없이 변화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잘하고 있을수록 변화의 기회를 잡기가 힘들지요. 어제까지 잘하던 것을 갑자기 바꿀 수 있는 힘은 기업이란 조직 내부에서 솟아나기 힘든 법입니다. 잘해 오다가 갑자기 다른 평가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하면 조직에 혼란을 불러올 뿐이지요. 변화하기 이전에 변화한다는 의식을 조직 내에 침투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락을 만들자'고 말한 것은 그런 의미이지요. 최근 세계 금융계의 상황을 예측하고 말한 것은 아닙니다. 리먼은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일 뿐이지요."

―일본 경제가 전성기였던 1980년대, 노무라는 지금과 같은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잡지 않았습니다. 왜 잡지 않았습니까? (노무라는 1980년대 후반 영국의 명문 금융 회사 '모건 그렌펠' 인수를 검토하다 중단했다. 영미 금융인에 대한 인사 관리의 어려움을 우려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모건 그렌펠은 그 후 독일 도이체방크 투자 부문으로 인수돼 도이체방크의 세계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1980년대는 일본에 돈이 쌓이던 시대입니다. 쓸 여력이 많았지요. 미국의 상징적인 빌딩(록펠러 센터)도 사고 영화 회사(컬럼비아 영화사)도 사고. 노무라도 유럽 채권 시장의 리그테이블에서 넘버원이 됐지요. 하지만 그것은 유럽이라는 자유시장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보였던 것입니다. 당시 일본은 금융 규제가 지나쳤습니다. 일본에서 할 수 없는 것을 유럽 시장에서 하다 보니 톱이 된 것이지요. 사람들은 '그때는 노무라가 골드만삭스도 살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 후 미국 금융이 강해지자 그때 사 뒀으면 하는 이야기이지요. 하지만 노무라가 샀으면 골드만삭스가 성공한 것처럼 똑같이 성공했을까? 의문이지요. 금융은 스타일입니다. 노무라는 일본에서 출발해 아시아에서 성장한 회사입니다. 1980년대 우리는 국제화를 위해 '할 일'은 했습니다. 진출한 곳에서의 로컬라이제이션(현지화) 작업이지요. 금융은 사람입니다. 사람 사이에 의사 소통을 확실히 하면서 해 나가는 사업입니다. 노무라는 번성했고 돈이 많았습니다. 그것만으로 성공했을까? 금융업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강한 자본시장의 뿌리는 좋은 투자자가 만든다

―그러면 이번엔 왜 기회를 잡았습니까?

"그래서 (이번 기회엔) 인재만 얻은 것입니다. 합동 팀을 꾸려서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는가를 모색하는 것이지요. 모든 현장에서 매일 조금씩 진보해야 가능합니다."

―솔직히 동양 회사가 서양의 금융 인력을 관리하는 것은 아직 이질감이 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벽이지요.

"분명히 있습니다. 서양, 일본, 한국 회사는 모두 다릅니다. 역사도 다르고. 그래서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회사를 사지 않은 것입니다. 회사를 샀다면 저쪽에 우리 방식을 이입하거나 저쪽 방식에 그냥 맡기거나, 둘 중 한 방식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이입하는 것으론 진솔한 행동을 끌어낼 수 없습니다. 맡기기만 하면 저쪽도 엔티티(entity·하나의 독립된 조직체)이기 때문에 제 마음대로 움직이기 시작하겠지요. 우리는 단지 저쪽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노무라 안에서 함께 하지 않겠습니까' 하는 형식으로 도전하는 것입니다. 물론 쉽지 않지만, 이런 방식으로 공통의 노하우를 획득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와 달리 1990년대 일본 경제의 침체와 함께 노무라 역시 어려운 시기를 장기간 거쳤습니다. 당시 세계를 리드하는 미국의 금융을 보면서 무엇을 반성하고 배웠습니까?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금융도 국가와 함께 발전하지요. 국가가 약한데 금융회사만 번창할 수 없습니다. 1980년대 우리가 좋았던 것은 강한 일본 경제의 반영이었지요. 1990년대도 미국 경제가 강했기 때문에 미국 금융회사가 힘을 비축하고 미국의 기준을 세계로 확산시키기 시작한 것이지요. 꼭 우리가 잘해서만 번창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일본은 투자자 층(層)의 차이가 분명했습니다. 1990년대 일본은 투자자가 제대로 라인업되지 않았지요. 진정한 투자자는 나쁠 때 투자합니다. 하지만 일본은 투자가 '붐(boom)'처럼 돼 있어서 좋을 때만 참가자가 넘쳐나지요. 미국은 진정한 투자자가 라인업돼 있었습니다. 강한 미국 자본시장의 뿌리는 좋은 투자자들이었지요."

―세계 금융계에 모델이 사라졌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앞으로 투자은행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자금조달, M&A 어드바이저…. 이때 M&A 수행을 위한 프린시플 인베스트먼트(PI·자기자본을 직접 투자하는 것), 브리지 론(bridge loan·임시 자금 조달), 이런 전통적인 투자은행의 역할은 그대로 요구됩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증권화도 전면적으로 부정할 필요는 없지요. 문제는 증권화 자체가 아니라 약간의 돈만 있어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식으로 과도한 레버리지를 동원하는 '증권화의 방법'에 있는 것입니다. 이 방식을 시정하는 것일 뿐 투자은행 자체가 부정당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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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론자들이 ‘단양’으로 간 까닭은?
[뉴스 쏙]
한겨레 김진철 기자
» 위험시대의 파생상품 ‘지구 종말론’ 그래픽 홍종길 기자
금융위기 해일이 휩쓸고 지난 자리
한쪽에선 2012 대재앙을 수군거린다
신화 대신 과학과 문명비판으로 치장한 채
‘신세대 종말론’은 무엇을 먹고 자라는가

이한응(51)씨는 올해 3월 서울 생활을 접고 충북 단양으로 이사를 갔다. 다가올 ‘난세’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단양은 난세가 왔을 때 상대적으로 다른 데보다 생명의 끈을 질기게 유지할 수 있는 곳입니다.” 도대체 무슨 난세를 대비하는 걸까? 언제 터질지 모르는 대재앙을 피해 백두대간에 골라잡은 은신처가 바로 단양이라는 것이다. 이씨는 인터넷 동호회 ‘대재앙을 넘는 사람들’의 대표다. 이 동호회 회원은 2만명을 넘는다.

» 지난 5월 칠레 차이텐 화산 폭발 모습.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의 토바호수에 있는 화산 폭발로 지구에 종말이 온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 모르게 ‘그날’을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 겉보기에 늘 똑같은 일상 속에서 종말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고 믿는 이들이다. 세기말 종말론이 한창 휩쓸고 간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요즘 다시 종말론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전 종말론들이 종교를 바탕으로 한 게 대부분이었다면 요즘 종말론은 과학과 비기, 음모론과 이어진다. 무엇보다도 종말을 기다리는 이들의 자세가 다르다. 과거 종말론자들이 구세주의 재림이나 휴거를 수동적으로 기다렸다면 요즘 종말론자들은 ‘대재앙’을 이겨내려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믿는다. 인터넷의 시대, 종말론이 하나의 문화처럼 소비되는 것도 새로운 모습이다.

2012년이 도대체 뭐길래?

세기초 새로 등장한 종말론들의 특징은 4년 뒤인 2012년을 최후의 해로 보는 것이다. 최근 금융위기로 종말론들은 더욱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2012년 종말론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선 종말과 대재앙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동호회가 여럿 활동 중이다. ‘대재앙을 넘는 사람들’ 외에도 회원수 5만명이 넘는 ‘충격 대예언’을 비롯해, ‘지구 대재앙’ ‘대재앙 이후를 준비하는 사람들’ ‘인류의 종말이 오고 있다’ 등 동호회가 수십개에 이른다. 여기에 초거대 재난을 그린 할리우드 영화 <2012>가 조만간 개봉할 예정이어서 2012년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왜 2012년일까? 이 연도는 고대 마야의 달력에서 나왔다. 마야력은 기원전 3114년 8월 시작해 기원후 2012년 12월21일에 끝난다고 한다. 고대 마야제국의 6개 태양 전설에 따르면 마야인은 4번째 태양이 없어지자 멸망했고, 지구는 6번째 태양이 사라지는 날 종말을 본다고 한다. 마야력 종말론자들은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도 재해석해보면 1999년이 아니라 2012년이 종말의 해라고 주장한다. 파푸아 뉴기니의 후리족 전설에도 2012년을 다루고 있으며, <주역>에도 이날이 지구 종말의 날로 기록돼 있다는 이야기도 떠돈다.

과학 종말론자들은 다른 근거들을 든다. 태양계의 감춰진 행성 엑스(X)가 2012년 지구와 충돌할 거라는 ‘천문학적’ 예측,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12년 초강력 태양폭풍이 발생한다고 했다는 주장도 있다. 슈퍼화산설도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과학자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의 토바호에 있는 지구 최대 화산이 2012년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는 설이다. 환경오염을 멸망 근거로 보는 이들은 9·11테러를 예측하기도 했던 미래 예측 시스템 ‘웹봇’이 2012년 지구 온난화로 지구가 멸망한다고 내다봤다고 말한다.

» 2012년 지구 종말론의 강력한 근거 중 하나는 지구 온난화로 수면이 상승해 대재앙이 벌어진다는 가설이다. 사진은 아르헨티나의 페리토 모레노 빙하가 녹아내리는 모습.

종말론에 달리는 날개-음모론

이런 종말론들은 음모론과 결합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최근 미국의 다큐멘터리 영화 <시대정신>(ZEITGEIST)이 재유포되면서 확산 중이다. 2007년 아티비스트 필름페스티벌에서 최우수 다큐상을 받은 <시대정신>은 최근 인터넷에서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인터넷 논객인 ‘미네르바’가 언급해 화제가 됐고, 최근 나온 속편도 인기가 높다.

이 영화는 로스차일드·록펠러·모건 등 유대계 거대자본들이 18세기 이후 대중을 통제·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종말론자들은 이 영화가 다루는 권력자본이 세계 단일정부를 수립하려 한다며 갑자기 여기서 외계인과 연결해 종말론을 펼치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달의 뒷면에 숨어 있는 외계인들이 만든 실험장이 지구이며, 세계 최강국 미국을 지배하는 유대계 자본가들은 외계인과 밀약을 맺은 사이라는 것이다. 결국 외계인들이 언제든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다고 본다. ‘대재앙’ 동호회 회원인 회사원 이아무개(39)씨는 “음모론으로 읽힐 수도 있지만, 사실 자본주의적 탐욕이 인류를 파멸로 이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모두들 터무니없어 보이는 음모론을 그대로 믿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고, 달과 외계인에 대해서는 음모론이 아닌 과학적 차원에서 탐구가 이뤄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백두대간으로 피하라

요즘 국내 종말론자들이 ‘그날’을 피하고 넘기 위해 찾는 마지막 피난의 땅은 백두대간이다. 백두대간 여러 줄기 중에서도 충북 단양과 전북 무주가 최후의 보루로 꼽힌다. ‘대재앙을 넘는 사람들’ 회원 중에는 대표인 이씨 말고도 여럿이 최근 단양으로 이주했거나 준비 중이다. 종말 준비 목적에 귀농·귀촌해야 한다는 자연지향 목적까지 겹쳐 있다. 이씨는 “만일 백두대간이 사람의 생명을 보듬어내지 못할 정도로 큰 재난이 온다면, 한반도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은 아무 데도 없다”고 말한다.

종말 이후의 생존법도 인터넷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대재앙이 발생하면 원시시대 수준의 환경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에 수렵·채집하거나 간단하게 곡물을 재배하는 방법이 종말 준비법으로 공유되고 있다. 약용과 식용식물을 구분하는 법, 도구나 재료가 없이 살아남는 길잡이 지식이 떠다닌다. 한 종말론 동호회의 피난 필수품 대비법을 보면 쌀·라면·미숫가루 등을 포함한 비상식량, 요리용품, 생활용품, 비상약품 등 단기자원과 야전삽 등 생존공구, 낚시도구, 요리도구 등 장기자원을 최소한도로 마련할 것을 권하고 있다. 또다른 인터넷 동호회는 구하기 어려운 물품을 마련하려는 공동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빨대 모양 정수기인 ‘라이프 스트로’다. 2달러짜리 이 정수기 하나면 1년간 700리터의 물을 정수할 수 있다고 한다.

황당하다고? 그러면 지금 세상이 과연 정상인가?

이들의 태도는 실로 진지하다. 비웃기 전에 신문기사만이라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기상이변은 이제 대단치도 않은 것처럼 치부되고, 핵전쟁의 위험성도 일상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오늘날이 정상이냐는 것이다. 한 종말론자는 종말이 도대체 뭐냐고 되물었다. “금융위기가 닥쳤지만 과연 누가 이익을 봤고 누가 고통을 떠안는지 생각해 보라.”

요즘 종말론들은 이전의 시한부 종말론들과는 다른 결론을 도출한다. 1940년대 백백교, 60년대의 장막성전, 만교통화교, 칠사교, 용화교, 그리고 80년대의 오대양사건, 90년 이후 다미선교회와 천존회 등은 모두 구세주의 재림을 기다리거나 자신들의 몸이 공중에 들려 구원받은 채로 지구 멸망이 올 것이라고 믿었다.

반면 요즘 종말론은 일상을 포기하지 않는다. 제정신이 아닌 세상을 피해 귀농하는 이한응씨 같은 사람들은 자신이 종말론자가 아니라 대재앙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고 생활인 차원에서 스스로를 정의한다. 관련 동호회 회원인 박아무개(35)씨는 “우연히 2012년 종말론을 접하게 됐지만, 환경오염이나 물신숭배는 날로 심해지고 핵전쟁 가능성이 존재하는 현실을 보면 지구 대재앙이 멀지 않았다는 데 동의할 수밖에 없다”며 “흥미롭기도 하고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사는 게 옳은지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종말론 자체를 지적 호기심의 대상으로 여기는 이들도 늘고 있다. 유에프오와 우주에 대해 논하는 웹사이트 ‘진실을 찾는 사람들’(www.truth-finders.com)의 경우는 과학 전공자들이 다수를 이룬다.

인류 비극의 씨앗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들여다보는 문명비판과 이어지면서 종말론은 세기초 또다시 진화하고 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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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newspickup_section/3243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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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중국 통해 웃돈 주고 사야 하나”
한겨레 권은중 기자
» 중국엔 ‘노다지’ 한국엔 ‘노터치’. 그래픽 홍종길 기자
자원 확보가 경쟁과 생존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스타크래프트 게임만 해봐도 절감할 수 있다. 하물며 국가간 경제전쟁에서 자원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다. 강대국들은 항상 자기보다 약한 나라에 빨대를 꽂고 자원을 빨아들인다.

19세기 조선을 둘러싼 열강들의 자원 약탈은 그런 국제경쟁의 현실을 우리에게 확실히 가르쳐줬다. 조선시대 청나라 사신들은 ‘은의 나라’로 불렸던 조선 북부에 있는 은을 연간 수십만냥씩 요구해댔다. 중국의 등쌀을 피하려고 조선은 당시 국제통화로 사용됐던 은 채굴을 전면 금지했을 정도였다. 구한말에는 새로운 열강들이 몰려왔다. 미국은 평북 운산, 영국은 평남 은산, 러시아는 함북 경성 금광채굴권을 따내 ‘노다지’를 퍼갔다.

그리고 다시 100년, ‘북조선’을 둘러싼 자원 쟁탈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사이 북한의 자원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어림잡아도 3000조원어치가 넘는 자원을 보유한 북한은 지구상에서 개발이 안 된 마지막 황금의 땅으로 일컬어진다.

이 자원을 노리는 쟁탈전 양상이 구한말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여럿이 나눠먹던 한반도의 자원을 중국이 ‘사회주의 형제국가’인 점을 내세워 혼자 쓸어간다는 것이다. 제조업 시장에서 한국과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국이 북한의 자원은 독점적으로 공급받는 체제를 굳혀가고 있다. 중국은 북한 주요 광물 개발의 70%를 독차지하면서 대북 투자의 70%를 광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마그네사이트·철광석 등 잠재가치 3719조원
정치논리 파묻혀 석유개발 등 접근도 못해
“언제까지 중국 통해 웃돈 주고 사야 하나”

반면, 한국은 2006년 흑연 광산 개발 단 한 건만을 성사시켰다. ‘친형제간’을 외쳐 보지만 중국의 블랙홀 내공에는 역부족이다. 값싼 석회석을 제외하고 광물의 90% 이상을 수입하는 남한으로서는 북한의 노다지를 그저 보고만 있어야 하는 현실이다. 최근 이명박 정부의 강경한 대북 자세로 남북의 거리가 더욱 멀어지고 있어 광물 개발의 기회는 점점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국익을 위해서라도, 정치적 고려를 뛰어넘어 북한 자원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온다.

북한, 마지막 남은 엘도라도?


» 북한의 주요 지하자원 매장량 추정지

대한광업진흥공사가 지난 10월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북한에 매장돼 있는 주요 광물의 잠재가치는 3719조원에 이른다. 보고서를 보면, 북한은 금·은을 비롯해 상업성이 있는 금속이 40여종이나 매장돼 있는 ‘지하자원의 백화점’이다.

특히 마그네슘의 원료가 되는 마그네사이트 매장량은 40억톤으로 세계 1위다. 마그네슘의 무게는 철의 25%에 불과하지만 가공성이 뛰어나 자동차, 가전제품, 선박 등 고급 철강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재료다. 워낙 경제적 가치가 커 북한에서는 ‘백금’으로 불리기도 한다. 세계 선박 건조량 1위인 남한에는 매장돼 있지 않아 전량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북한은 철광석 매장량도 50억톤으로 추정된다. 포스코와 미탈 등 세계 최대 제철회사들이 낙후된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앞다퉈 개발에 뛰어든 인도의 철광석 매장량이 100억톤인 점을 고려할 때 상당한 수준이다. 이 밖에 금, 무연탄, 아연, 석회석, 갈탄 등의 매장량도 세계 10위 안에 드는 것으로 광업진흥공사 쪽은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북한이 쉬쉬하고 있는 석유와 우라늄이 포함되지 않았다. 북한은 2001년부터 석유 탐사를 시작했고, 2004년 영국 석유회사 아미넥스와 서해안 대륙붕과 평남지역 석유광권 개발계약을 맺었다. 아미넥스해 쪽은 올초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 “북한에서 채굴 가능한 원유해 매장량은 40억~50억배럴”이라고 밝혔다. 이는 매장량 세계 20위인 인도네시아와 비슷한 규모다. 일부에서는 북한 석유 매장량이 230억 배럴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석유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원자력발전 연료인 우라늄 매장량도 세계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11월 자료집에서 북한에 채굴이 가능한 우라늄만 400만톤으로 추정했다. 우라늄 매장량 세계 1위인 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130만톤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라늄은 석유파동으로 최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직접 채굴해 상업성을 따져봐야 하지만 북한 자원의 예상 가치가 천문학적 수준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 북한 자원개발 참여 외국기업의 국적별 현황, 한·중 북한광물 수입현황
북한의 지하자원 개발에 뛰어든 나라는 여럿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중국의 독무대다. 통일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9월 현재 북한에서 자원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모두 21건이다. 이 가운데 70%가 넘는 15건이 중국 기업들이 개발하는 사업이다. 한국과 독일·영국·스웨덴·싱가포르·이집트가 각각 광산 개발을 한 건씩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경제연구소는 중국이 2006년 대북투자액의 70%를 광물자원에 투자하며 북한 지하자원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북한 자원 헐값에 싹쓸이

중국 기업들은 2001년부터 북한 양강도 등에서 금과 아연을 채굴해 왔고, 최근에는 석탄·철강석·몰리브덴·아연 등으로 개발 품목을 점점 늘리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최대 노천광산인 함북 무산철광에 대해서 50년간 채굴권을 확보한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자료를 보면, 중국은 2006년 북한에서 광물을 2억7453만달러치 수입했다. 한국은 북한 광물을 5973만달러어치 수입해 중국의 5분의 1 수준이다. 그런데 북한은 중국에 이 광물들을 국제 시세보다 저렴한 이른바 ‘우호가격’으로 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이 시세보다 싸게 광물을 수입하는 것은 기반시설 및 전력을 공급하는 등의 조건을 내걸고 계약하기 때문이다. 전력난에 사회간접자본이 열악한 북한의 광산 가동률은 20~30%에 불과하다.

북한 광물을 직접 가져오지 못하는 한국 기업은 중국을 통해 들여온다. 한 철강회사 관계자는 “중국을 통해 북한산 철광석을 구입해 오지만 그래도 거리가 가까워 남미나 호주산보다 싸다”고 말했다. 코앞에 있는 북한 광물을 중국한테 웃돈을 주고 사오는 것이다. 그나마 교역량도 미미하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도 자원 부족이 심각한데 그 자원을 제3국에 수출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긴 북한 광물 개발은 남한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말 ‘수출 비중이 높은 남북한 경제상황에서 광물 공동개발은 어떤 경협보다 양국에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북한 광산에 외국 자본이 투입되는 즉시 10억달러 정도의 수출이 증대하며 북한은 이 돈을 경제도약의 계기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광물 소비량의 90% 이상을 수입하는 남한은 북한 광산 개발로 원자재 대란을 피해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할 수 있고 또 운송거리가 짧아져 경제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왜 손놓고 있나

현재 한국이 개발에 참여한 북한 광산은 황해남도 연안군 정촌 흑연광산이 고작이다. 2007년 11월 정촌광산에서 생산한 흑연 200톤을 처음 들어왔고 최근 350톤을 추가로 반입했다. 통일부는 현재 검덕광산(아연) 룡양광산 대흥광산(이상 마그네사이트) 등 세곳에 투자를 하기 위해 기반조사를 하고 있다.

남북 공동 자원개발이 지지부진한 것은 남북이 각각 경제적 이익보다 정치 논리만을 앞세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핵문제로, 남한은 대북경협을 둘러싼 국내의 논란으로 관련 논의가 번번이 제동이 걸렸다. 그나마 2007년 5월 남북이 정치 문제를 떠나 광물자원 개발을 전담하자는 합의서를 토대로 지하자원 개발 전담기구를 발족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개발 계획은 큰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2007년 남북정상선언 후속 조처로 열린 제1차 남북총리회담 합의서에 채택된 함남 단천지구 아연광산 투자개발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현지 실사조사와 사업 타당성 검토만 마친 수준이다.

북한 자원 확보가 발목 잡힌 것은 정치권의 이념논쟁 탓이 크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10·4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대선용 퍼주기’라며 자원 공동개발 등 정상회담 결과를 싸잡아 비판했다. 남과 북이 약속한 자원개발 사업조차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이 중국만 어부지리를 얻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남북경협이라면 무조건 쌍지팽이를 짚고 반대해 오던 여권에서 조금씩 실리를 찾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소속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현 정부의 원론적인 대북정책으로는 북한의 지하자원 개발에 남한은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남 의원은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으로 광산 개발에 힘쓴다는 공동선언문에도 불구하고 사업 진척은 거의 없다”며 “남북 정부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윈윈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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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전은 차남들의 저항문학” [중앙일보] 마크 피터슨 교수 주장 … 장자 상속 늘어난 조선후기 사회상 반영 ‘흥부전’은 조선시대 상속제도의 변화를 담은 차남들의 ‘저항문학’이다? 흔히 권선징악의 교훈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되는 ‘흥부전’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이 나왔다. 다수의 한국학 저술을 펴낸 마크 피터슨(사진) 미국 브리검영대 교수가 내놓은 주장이다. 27일부터 사흘간 경북 안동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국학진흥원 주최 국제학술대회에서다. ‘한국유학의 문화학적 지평’이란 주제로 조선 유학의 모습을 문화학적 시각에서 재조명하는 자리다. 흔히 조선시대를 ‘유학자들이 만든 유교의 시대’로 생각한다. 하지만 조선을 건국하고 지배한 유학자들은 고려 이전부터 뿌리 깊은 한민족 고유의 관습·의식을 유교화하기 위해 수백년간 ‘전통’과 싸워야 했다. 상속제도가 대표적이다. 최근 많은 연구가 보여주듯 16~17세기까지는 딸들도 재산상속권이 있었다. 하지만 17세기 말~18세기 초에 딸들은 상속권을 박탈당한다. 균분상속이 장자상속으로 대체되면서 차남들이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몫도 줄어든다. 장자(長子) 중시의 유교적 가치관이 재산 분배라는 가장 민감한 사적인 삶의 문제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피터슨 교수는 “흥부전은 조선시대 후기 상속관습이 재조정된 직후 두 형제간의 관계를 배경으로 한다”며 “당시 조선사회에서 이것이 가장 큰 갈등을 겪고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당시 확산돼가는 장자상속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권리를 빼앗긴 차남이나 딸들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문학적 장치로서 ‘흥부전’을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지영 이화여대 교수는 “흥부전에 대한 흥미로운 시각이다. 하지만 판소리나 구전문학은 판본에 따라 시기와 지역이 달라지기 때문에 ‘흥부전’ 해석은 보다 엄밀한 고증을 거쳐야 한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조선 초기 균분상속제 하에서도 ‘별급(別給)’이란 형태로 장남을 우대하는 제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지역마다 가문마다 재산 분배 형태가 다양했기 때문에 일률적 해석은 무리라는 설명이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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