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sunday>
8시간 노동, 이익 절반 사회 환원‘전태일의 꿈’이 실현되는 곳

근로자들이 만든 ‘참 신나는 옷’의 전순옥 대표

박혜민 기자 acirfa@joongang.co.kr | 제82호 | 20081005 입력
7일 문을 여는 ‘참 신나는 옷’ 공장 내부. 미싱10대와 특수 봉제 기계 6대가 놓여 있다. 초록색 계열의 인테리어가 산뜻하다.
서울 장충동 장충단성결교회 옆쪽에 위치한 자그마한 3층짜리 건물. ‘㈜참 신나는 옷’의 공장 겸 사무실로 쓰일 곳이다. 개장식(7일)을 닷새 앞둔 2일 찾아가 보니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이 회사 전순옥(55) 대표는 건물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공사를 지휘하고 있었다. 전 대표는 고(故) 전태일 열사의 동생이다.

1970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분신한 전 열사는 생전에 30쪽에 걸쳐 자신이 구상한 ‘모범업체’를 적어 놓았다. ‘미싱 50대, 종업원 157명, 자본금 3000만원, 미싱사 급여 월 3만원(당시 평균 임금의 3배), 노동시간 하루 8시간 이하’.
‘참 신나는 옷’은 그의 꿈을 계승하려 한다. 시작은 ‘미싱 10대, 자본금 5000만원, 미싱사 급여(A급) 월 180만원’으로 한다. 하루 노동시간은 8시간, 주 5일제를 지킨다. 이익의 50%는 사회에 환원하고, 나머지는 대주주뿐 아니라 회사 구성원 모두에게 공정하게 나눠줄 계획이다. 의사결정 과정은 모두 공개하고, 예산 집행은 구성원의 동의를 얻어 한다.

이 회사가 지향하는 것은 전태일 정신의 계승만이 아니다. 주류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게 이 회사의 포부다. 외부 지원에 기대지 않고 좋은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어떤 옷을 만드나.
“올해 기업·노조 등의 단체복 및 유니폼을 만들어 약 5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내년엔 아동복과 여성복 시장, 3~4년 후엔 교복 시장에도 진출한다. 아동복은 0~7세용인데 온라인 판매를 시작으로 백화점 등으로 유통망을 확장할 예정이다. ‘아이스러운’ 디자인으로 다른 아동복 브랜드와 차별화한다. 아토피 걱정 없는 천연 소재 제품이 주력이다. 여성복은 직영 매장을 중심으로 해 온라인으로 유통망을 넓혀 나갈 거다. 전통과 현대 감각이 결합된 디자인의 제품으로 틈새 시장을 노릴 것이다. 유통 마진이 적기 때문이 가격이 합리적이다. 제품의 질은 자신 있다. 유명 의류업체의 디자이너 및 전문경영인도 영입했다. ‘자연과 하나 되는 옷’이라는 컨셉트로 수출 길도 모색할 계획이다.”

전순옥 대표
-일반 의류 제조 회사와 뭐가 다른가.
“좋은 환경에서 일하는 숙련된 기술자들이 만드는 옷이다. 아직도 동대문 일대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대부분은 하루 13~14시간씩 쉬지 않고 일하면서도 제대로 된 월급을 못 받는다. 2, 3차 하청을 받아 옷을 만드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의료보험이나 산재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다. ‘참 신나는 옷’은 모두 정규직 노동자로 구성되며, 4대 보험에 가입된다. 월급 수준도 업계 평균보다 높다. 회사의 모든 의사결정에 노동자들이 참여하고 예산 집행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한다. 기술자를 중시해 경영진과의 월급 차이가 거의 안 난다. 노동자들이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것은 그 어떤 복지 혜택보다 중요하다. 소비자에게는 제조원가와 생산과정도 공개한다.”

-회사 설립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가장 큰 고민은 회사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은데 그 모두를 고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원래 사회란 학연·지연 등으로 묶여 있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부스러기로 남는다. 볏단으로 묶이지 못한 알곡이 이삭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그런 부스러기까지 감싸안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 한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니까, 첫술에 배부를 순 없으니까 하며 위로한다. 그런 생각을 놓치지만 않으면 언젠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영국에서 노동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따고 2001년 귀국했다. 정치를 할 거라는 주변의 예상과 달리 다시 동대문에서 일하게 된 이유는.
“정치는 생활 속에서 나와야 한다. 정치나 운동이 별건가. 사람 사는 거다. 정치도 세 끼 밥 먹고, 잠자고, 똥 싸는 일상생활 속에서 나와야 한다. 예를 들어 진보 정치권에서 ‘비정규직 철폐’를 10년째 말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이 철폐될 수 있나? 비정규직도 불안하지 않게 살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만들고, 기업의 고용에 대한 부담도 줄여 줘야 한다. 사회는 변하고 있다. 옛날식 운동은 안 된다. 동대문에 다시 간 것은 내가 그곳을 떠났던 80년대에 비해 얼마나 나아졌는지 체험하면서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변한 게 없었다. 임금이 싼 중국과 동남아 국가로 의류사업이 넘어가면서 오히려 사정이 더 나빠졌다. 공부방과 보육시설을 만들어 노동자 삶의 질을 개선하는 한편 능력을 발휘하고 노동의 기쁨을 느낄 수 있게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빠인 고 전태일 열사가 봤으면 뭐라 할 것 같나.
“글쎄…. 잘해 보라고 할 것 같다. 꿈을 향해 가는 공동체를 하나 만들었고, 성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돈을 많이 벌긴 해야겠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참 신나는 옷
참여성노동복지터가 운영하는 패션·봉제 기술학교 ‘수다공방’ 출신들이 주축이 돼 만든 의류 회사다. 지난해 말 패션쇼를 하고 남은 후원금 5000만원을 자본금 삼아 올 1월 설립했다. 씨티은행과 한국노총의 후원을 받고 있다. 하반기엔 증자도 추진한다. 공익성 확보를 위해 비영리법인 및 임직원 주식 비율을 50% 이상으로 유지할 예정이다. 7일 서울 장충동에 자체 공장과 함께 단독 매장을 연다. 회사 설립 및 운영 과정을 ‘수다랩(www.soodastory.com)’을 통해 공개하며, 많은 경영·경제학과 대학원생이 연구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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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수익 내 기부 ‘폴 뉴먼식’벤처투자 ‘구글식’ 등 다양

사회적 기업 활발한 미국·영국에선

서경호 기자 praxis@joongang.co.kr | 제82호 | 20081005 입력
지난달 작고한 폴 뉴먼(맨 오른쪽)은 1988년부터 암·에이즈 등 중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 환자를 위한 시설인 ‘더 홀 인 더 월 갱 캠프(the Hole in the Wall Gang Camp)’를 전 세계 곳곳에 세웠다.
미국의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의 자선 부문 자회사 ‘구글닷오알지(google.org)’.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2006년 세운 회사다. 이 회사는 기존의 전통적인 자선단체와 확연히 다르다. 구글닷오알지는 산하에 비영리 부문인 ‘구글재단’을 두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고 세금을 내는 영리 기업이다. 이 기업은 ▶화석연료보다 저렴한 대체에너지 개발 ▶전기 겸용 하이브리드 자동차 상용화 ▶질병·재난의 조기 경보 및 예방 시스템 구축 ▶개도국 중소기업 지원 ▶교육·보건위생 등 공공서비스 개선 등 다섯 가지 사회 공헌 목표를 설정하고 긴 호흡으로 뛰고 있다. 벤처투자 개념으로 이 분야에서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지원하고, 바람직한 정책이 입안되도록 미국 의회를 상대로 로비 활동도 한다.

지난달 말 사망한 미국 영화배우 폴 뉴먼의 부음 기사엔 자선활동 얘기가 비중 있게 실렸다. 그는 1982년 4만 달러를 투자해 샐러드 드레싱 회사 ‘뉴먼스 오운(Newman’s Own)’을 세웠다. 뉴먼은 ‘샐러드 킹’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닐 정도로 샐러드 드레싱을 잘 만들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창업한 뉴먼은 자신은 한 푼의 월급도 받지 않으면서 회사에서 나오는 이익 100%를 자선기관에 기부해 왔다. 일반적으로 수익의 2%를 사회 공헌에 쓰면 관대한 기업이라는 평을 듣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뉴먼의 사회 공헌은 파격적이었다. 그렇게 해서 기부한 금액이 1억5000만 달러를 웃돈다.

구글닷오알지나 뉴먼스 오운을 ‘사회적 기업’으로 부를 수 있을까. 지난해 한국이 도입한 사회적 기업 인증제를 기준으로 보면 이들 기업은 노동부의 인증 절차를 통과하기 어렵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정의가 나라마다 다르고 지금도 변화·발전하고 있는 개념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재단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정선희 사회적기업지원네트워크 상임이사는 그의 저서 『사회적 기업』에서 “뉴먼스 오운은 개인 소유의 영리 기업이고, 운영 형태 역시 일반 영리 기업과 다름없다. 직업 훈련 프로그램도 운영하지 않는다. 그러나 개인적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수익 전액을 사회적 목적을 위해 사용함으로써 사회적 기업의 새로운 형태를 제시했다”고 적었다.

미국의 ‘사회적 기업’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이윤 추구 성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시장 친화적이고 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다. 이를테면 미국 증권사 앨트루셰어는 다른 증권사처럼 증권 매매 중개수수료나 시장분석 보고서로 돈을 벌지만 이익금을 대학생 직업 교육과 빈곤층 주택사업에만 쓴다.

물론 취약 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한국의 사회적 기업과 비슷한 모델도 찾을 수 있다. 약물 중독자나 전과자 등을 대상으로 고용·직업 훈련 등을 제공하는 시애틀의 ‘파이어니어 휴먼 서비시스’나 노숙 청소년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직업 훈련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샌프란시스코의 ‘주마 벤처스’, 장애인과 노숙자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조경과 베이커리 사업을 하는 ‘루비콘 프로그램스’ 등이 그런 예다.

한국이 사회적 기업 제도를 도입하면서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한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의 사회적 기업은 5만5000개로 추정될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영국 정부 통계에 의하면 사회적 기업이 전체 고용의 5%를 담당하고, 2006년 연간 매출액이 270억 파운드(약 50조원)로 국내총생산(GDP)의 1%를 차지했다고 한다. 영국은 70년대 말 복지국가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차원에서 공공서비스 민영화에 나섰다. 이런 과정에서 효율적인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단으로 사회적 기업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복지정책 전선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는 대신 시민사회의 협조를 구하고 기업의 효율성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2003년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는 “기업에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There’s more to business than you think)”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의 진보 진영이 정부가 도입한 사회적 기업 제도에 대해 한때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것도 우리가 영국 제도를 참고했기 때문이다. 향후 공공 부문 민영화를 염두에 둔 행보 아니냐는 것이다. 이은애 함께일하는재단 사무국장은 “과도한 복지 때문에 사회서비스를 줄여야 하는 영국과 달리, 한국은 복지 예산이 선진국에 비해 많지 않은 데다 고령화와 가족 구성의 변화 때문에 사회서비스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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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에 대한 이야기 [

#M_ more.. | 불가에서는 개, 특히 개고기를 금기 시 하고 있는데... 살생을 금하는 불가에서 개고기를 금기 시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 모르지만, 여기에는 이러한 이유 이외에 또 다른 이유가 숨어 있답니다. 불가에서는 개, 특히 개고기를 금기 시 하는 이유에 대해 대체로 3가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데.... 눈이 셋 달린 개는 삼목대왕의 환 생물이라는 불교 설화와 후대에 내려오면서 형성된 개가 조상의 환생이라는 민간믿음으로 인해 개고기를 먹지 않게 되었는데, 다시 말해서 현재의 부모형제는 전생에서 개였을지 모른다는 윤회설 때문에 개고기를 먹지 말라고 하며, 불교에서 개는 다음 생에 사람으로 태어날 확률이 가장 많은 동물이라고 보는데, 이것이 개고기 먹는 일을 금기시하는 풍토로 발전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합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에도 개에 관련된 삼목대왕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데, 합천에 살던 '이거인'이라는 사람이 길에서 눈이 세 개나 달린 강아지를 주워다가 정성껏 길렀으나 3년 뒤에 아무런 병도 없이 죽었답니다. 이거인도 죽어서 저승길을 가는데, 첫 번 째 관문에서 눈이 세 개나 달린 삼목대왕을 만났답니다. 이거인은 살아서 주워다가 길렀던 개가 저승에서 죄를 지어 이승으로 쫓겨났던 삼목대왕이 이거인을 알아보고 이거인의 은덕에 보답하고자 살아 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고 한답니다. 염라대왕 앞에 나가서 삼목대왕이 몰래 일러준 대로 '살아서 법보의 고귀함을 경판에 새겨 세상에 널리 알리지 못하고 온 것이 후회스럽다'고 말하자 명부에서 그 이름을 지워 다시 살아 나게 하였다는 것이랍니다. 또, 사찰이 대개 산 속에 있으므로 이를 먹고 절에 가면 개고기 냄새가 나서 호랑이에게 화를 당하는 호환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속신으로 더욱 개고기를 먹지 않게 되었다는 설도 있답니다. 우리나라의 절은 거의 대부분 도시를 떠나 산속 깊은 곳에 있기 때문에 산 속에 절이 있어서 개고기를 먹거나 개고기를 먹고 절에 가면 호랑이에게 물려죽을 염려가 큰 까닭이라는 것이랍니다. 실제로 호랑이는 개고기를 아주 좋아하는데... 그래서 옛날에는 집안의 개를 호랑이가 하룻밤 새에 달랑 물어가는 일이 다반사였답니다. 지금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일 것 같지만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이랍니다. 마지막으로 우란분절이라는 환생설화 때문이라는 것으로.. 부처의 제자 중 목련(目蓮)존자가 있었는데 그 어머니가 아귀도의 지옥에서 고통받자 목련존자는 부처에게 간청하여 어머니를 개로 환생시켰답니다. 개의 몸뚱이에 어머니의 영혼을 붙여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 다음, 이 날을 기리기 위해 우란분재를 베풀었다고 한답니다. 어머니의 넋을 달래어 개로 환생한 목련존자의 어머니는 극락정토에 가서 다시 태어났다고 하는데, 이날을 우란분절이라고 한답니다. 이처럼 불교에서는 개를 사람이 환생한 동물로 사람과 동일시해 오는 전통이 있답니다. ※ [저작권자 ⓒ 백일사진크라쎄지니&지식을다함께 ].. | 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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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서핑 중에 흥미로운 글을 발견했다. 빨간마녀라는 분이 번역한 글인데, 이를 다시 캡쳐하여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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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사진과 함께하는 김명호의 중국 근현대 <80> 저우유광(周有光)

漢語병음 표기법 만든 경제학자 … 90세 넘어 책 10권 저술

김명호 | 제81호 | 20080927 입력
1990년대 부인 장윈허(張允和)와 함께한 저우유광. 장은 영문학자며 저명한 곤극(昆劇) 배우였다. 송(宋)씨 3자매와 함께 명성을 떨쳤던 허페이(合肥) 4자매 중 한 사람이다. 김명호 제공
2007년 11월 1일 제5회 우위장장(吳玉章奬) 수여식이 열렸다. 언어문자학자 저우유광(周有光)이 5년에 한 번씩 수여하는 사회과학 부문 특등상을 받았다. 20년 전 궈모뤄(郭沫若)가 처음 받은 이래 다섯 번째 수상자였다. 저우는 102년 전 두부와 과거급제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곳으로 유명한 장쑤(江蘇)성 창수(常熟)에서 태어났다. 밥은 굶어도 책 살 돈은 있는 그런 집안이었다. 강남의 공부 잘하는 부잣집 자녀들이나 다니던 상하이(上海) 성웨한(聖約翰·세인트 요한) 대학 경제학과에 합격했다. 개교 이래 가장 가난한 학생 중 한 사람이었다. 밤마다 일하며 꾸역꾸역 2년간을 다녔다. 졸업은 다른 대학에서 했다.

1933년 남들처럼 유학을 떠났다. 결혼한 직후였다. 당시 상하이와 일본 간에는 비자가 필요 없었다. 배에서 하룻밤만 자면 도쿄였다. 우편요금도 국내와 같았고 물가도 비슷했다. 교토(京都)제국대학에 입학해 계속 경제학을 공부했다.

그의 청년 시절은 결혼 상대자와 연애한 것을 빼고는 모든 게 맹목적이었다. 경제학을 전공한 것도 일본 유학도 맹목적이었다. 후일 미국 유학도 마찬가지였다. 은행에 취직하자마자 해외 발령을 받았다. 영어를 워낙 잘했다. 뉴욕·런던 지사에 근무하며 대학을 다녔다.

뉴욕 근무 시절 프린스턴에 와 있던 아인슈타인이 말동무가 없어 무료해한다는 말을 들었다. 주말마다 기차를 타고 만나러 갔다. 국제정세와 미국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놓고 얘기하다 돌아오곤 했다. 그의 눈에 비친 아인슈타인은 과학자이기보다 철학자이자 사회과학자였다. 미국이 세계의 중심이 된 이유가 과학문명 덕분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만 저우유광은 사회과학 덕분이라고 굳게 믿는 사람이다. 불과 2개월 전 런민(人民)대학 학술 사이트에 기고한 글에서도 같은 주장을 했다.

49년 상하이가 해방되자 귀국했다. 조국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귀국했고 자신에게 희망이 있거나 조금이라도 신중한 사람들은 그냥 미국에 눌러앉아 있을 때였다. 귀국해 보니 세상에 쓸모없는 게 경제학이었다. 그 넓은 중국 천지 어딜 가도 마찬가지였다. 푸단(復旦)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며 『신중국의 금융문제』『자본의 원시적 축적』같은 저술을 펴냈다. 취미 삼아 한어(漢語)병음과 자모(字母)에 관한 저술도 했다.

55년 10월 베이징에서 전국문자(文字)개혁회의가 열렸다. 저우유광도 참석했다. 폐회 후 문자개혁위원회에서 일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저우언라이(周恩來)의 지시였다. 경제학과는 전혀 상관없는 한어병음연구실을 그에게 맡겼다. 엉터리 인사 같지만 아주 멀쩡한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인사였다.

저우유광은 20년대 초반 대학 시절부터 문자에 흥미를 느꼈다. 성웨한 대학은 모든 게 영문이었다. 타자기를 사용하며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이렇게 편리한 게 있을 줄이야. 자모학(字母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외국에 갈 때마다 관련 서적, 특히 영국의 서적을 많이 수집했다. 일부러 영국 출장을 자원하기도 했다. 중국에 자모학 연구자가 없을 때였다. 취미로 시작한 것이 후일 유용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20년대 상하이에는 어문 좌익운동가들이 있었다. 『어문』이라는 기관지까지 있었다. 저우유광에게도 몇 차례 원고를 청탁했다. 상하이가 신(新)문자운동인 라틴화운동의 중심지였을 때도 적극적으로 참가한 적이 있었다. 저우유광은 3년 만에 현재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중국어 발음 표기인 한어병음 방안을 완성했다.

85세 때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번역과 편찬을 한 것을 끝으로 현역에서 완전히 은퇴했다. 세상사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90세 이후에 문자에 관한 책을 10권 저술했고 100세 때 책을 한 권 냈다. 마지막 책이 아니라고 하더니 다음해에 빈말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그는 지금 103세다. 지기(知己)였던 인민 문호 라오서(老舍)는 문화혁명 때 호수에 뛰어들어 세상을 떠났고, 홍루몽 연구로 마오쩌둥(毛澤東)과 한판 붙었던 위핑보(兪平伯)와 손아래 동서였던 작가 선충원(沈從文)도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아직도 친구들이 많다. 주로 옛 친구들의 손자나 증손자들이다. 82세 때 배운 컴퓨터로 밤마다 손녀들과 e-메일을 주고받는다. 그는 “노년에 이르러 무지를 깨달을 수 있는 것이야말로 독서가 주는 쾌락이다”는 말을 근래에 자주 한다. 백세(百歲) 노인에 의해 현대사회의 상식과 지적 영양을 보급받을 수 있는 것은 중국인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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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지처 떠나보낸 게 내 인생 최대의 실수”

워런 버핏 공식 전기 이번 주 출간

서경호 | 제81호 | 20080927 입력 블로그 바로가기
여섯 살 때 이웃에게 껌과 콜라를 팔아 돈벌이를 시작했고, 일곱 살 때엔 채권에 관한 책을 선물로 달라고 산타클로스에게 기도했다. 열 살 생일 기념으로 소풍 간 곳은 뉴욕 증권거래소였다. 그러고는 35세까지 백만장자가 되겠다고 선언한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78·사진)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전기 『스노볼:워런 버핏과 인생경영(The Snowball:Warren Buffett and the Business of Life)』에 소개된 그의 어린 시절 얘기다. 29일 출간되는 이 책은 이제까지 자서전을 내지 않은 버핏의 내밀한 개인사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버핏이 직접 모건스탠리의 보험 담당 애널리스트 출신인 앨리스 슈뢰더를 작가로 골라 집필하게 했다. 저자는 5년간 300시간의 인터뷰를 비롯해 2000시간을 버핏과 함께 보냈다고 한다.

책 제목은 “삶은 스노볼(눈덩이) 같다. 중요한 것은 (잘 뭉쳐지는) 습기 머금은 눈과 진짜 긴 언덕을 찾아내는 것”이라는 버핏의 유명한 어록에서 딴 것이다. 인생에서 돈이나 지식을 어떻게 쌓아 가야 하는지 되새기게 해 주는 말이다.

책에 따르면 버핏의 성공 비결은 한마디로 ‘집중하라(Focus)’로 요약된다. “전념해야 탁월한 실적을 낸다(Intensity is the price of excellence)”는 것이다. 청년 시절 버핏은 무디스 투자 매뉴얼을 펴 놓고 온종일 골똘히 생각하거나 통계치들과 씨름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지난 50년간 시장 수익률을 웃도는 실적을 올린 버핏의 투자 기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투자의 내재가치를 따지고 위험을 제어하되 레버리지를 높여 끌어 모은 돈으로는 투자하지 말라는 것이다. 누구나 쉽게 이해하지만 실제로 이행하기는 쉽지 않은 말이다.

하버드대와의 악연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버핏은 19세 때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HBS)에 들어가려고 했다. 주식에 워낙 관심이 많았고 그쪽으로 내공도 쌓아 왔기 때문에 청년 버핏은 입학 관문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그러나 결과는 낙방이었다. 이유인즉슨 하버드는 신동이 아니라 리더를 원했고, 자신만만해하는 버핏에게서 ‘불안한 내면’을 읽었다는 것이다. 버핏은 하버드 낙방을 ‘내 인생의 중추적 사건’으로 꼽았다. 그 후 진로를 컬럼비아대로 바꾼 버핏은 많은 투자자가 모델로 삼는 ‘리더’로 성장했다.

버핏은 여러 명의 멘토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 우선 그의 컬럼비아대 은사인 석학 벤 그레이엄을 들 수 있다. 유명한 주식 투자 가이드 『똑똑한 투자자』의 저자인 그레이엄 교수는 “시장은 네 주인이 아니라 종”이라고 가르쳤다. 매일 주식시장은 오르내림을 거듭하는데 이 과정에서 싸게 사서 비싸게 팔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게 그의 가르침이었다.

그의 첫 아내로 남과 어울리는 법을 끊임없이 조언했던 수전도 버핏의 멘토로 꼽혔다. 버핏은 소심한 성격 탓에 인간관계의 폭이 넓지 못했다. 워싱턴포스트 발행인이던 고(故) 캐서린 그레이엄도 그의 멘토였다. 그레이엄은 버핏을 거물이 몰리는 사교모임에 소개했고, 버핏은 워싱턴 포스트의 주요 투자자이자 그레이엄의 ‘경영 가정교사’ 역할을 했다.

이 책은 베어스턴스의 몰락 등 최근 얘기도 다루고 있다. 미 금융위기에 대한 버핏의 진단은 우울하다.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고, 장기적이고 심각한(long and deep)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버핏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책 내용엔 이미 알려진 얘기가 많다. 하지만 버핏의 인간적인 결점까지 다루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버핏은 저자에게 ‘내 증언이 다른 사람 말과 다르면 나한테 불리한 쪽을 채택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 책은 남편과 아버지로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던 버핏의 그림자도 묘사하고 있다. 버핏은 20대 초반 수전과 결혼했지만 일에 파묻혀 사느라 별로 가정적이지 못했다. 세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수전이 ‘싱글맘’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수전은 재산을 800만~1000만 달러까지 불리면 남편이 일을 좀 줄이고 가족에게 신경 쓸 것으로 기대했지만 허사였다. 결국 자녀를 다 키운 뒤 1977년 수전은 또 다른 사랑을 찾아 샌프란시스코로 떠났다. 버핏과의 염문에 휩싸였던 캐서린 그레이엄도 버핏 부부를 갈라놓은 하나의 원인이 됐다.

버핏은 조강지처인 수전을 그냥 떠나보낸 것을 “내 인생 최대의 실수”였다고 술회했다. 자기 옷 하나 스스로 챙겨 입지 못하는 버핏을 위해 수전은 친구인 애스트리드 멩크스에게 남편을 돌봐 달라고 부탁했다. 그 인연으로 멩크스는 자연스럽게 수전을 대신해 버핏의 반려자가 됐다. 수전이 2004년 사망할 때까지 27년간 버핏과 수전은 파탄 난 결혼생활에도 불구하고 이혼하지 않고 가끔 왕래하면서 지냈다. 버핏은 수전이 사망한 뒤인 2006년에야 멩크스와 결혼식을 올리고 정식 부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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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우편향, 월가 규제 너무 푼 게 화근”

‘살아있는 경제학 교과서’ 새뮤얼슨 교수가 본 글로벌 금융위기

김환영 | 제81호 | 20080928 입력 블로그 바로가기
미국발(發) 금융위기의 먹구름이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큰 문제에는 큰 대답을 해 줄 수 있는 현자가 필요하다. 미국 주류 경제학의 주축을 이루며 ‘20세기 경제학의 아버지’로 부를 만한 폴 새뮤얼슨 MIT 석좌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미국인 최초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1970년)인 그는 93세의 나이에도 경제 칼럼을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등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새뮤얼슨 교수에게 월스트리트 금융위기의 원인부터 물었다. 그는 미국의 금융 규제 시스템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80년대 이후 미국 경제는 지나치게 우(右)편향돼 규제가 과도하게 풀렸다. 최근 위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무분별한 규제 철폐가 가장 큰 화근이었다. 나는 70년 동안 경제학과 경제사를 연구했으며 세계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도 체험했다. 이를 바탕으로 내린 결론은 경제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중도주의’가 최상이라는 것이다.”

-이번 미국 대선은 ‘변화를 위한 선거’라고 한다. 차기 미국 대통령은 어떤 변화를 이끌어야 하나.
“경제 운용을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옮기는 것이다. 경제 행위자 간의 ‘견제와 균형’이 복원돼야 한다. 지금의 자유방임주의를 그대로 둘 수 없다. 지나치게 확대된 로비스트들의 영향력도 축소해야 한다.”

-변화를 추구하는 데 더 나은 후보는 누구라고 보나.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더 낫다. 유색인종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그가 실제로 당선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오바마가 패하더라도 민주당은 11월 4일 선거에서 상원과 하원을 장악할 것이다. 80년대 이후 미국 경제를 지배해 온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ism·정부 기능이 범죄 처벌 등에 한정돼야 하며 정부가 소득 재분배를 시도해서는 안 된다는 주의)는 스스로 무덤을 팠다. 자유지상주의는 적어도 한시적으로 사라질 것이다.”

-한국이 경제 강대국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의 한계를 직시하고 현실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 일본과 한국이 선도한 경제 전략은 중국과 인도 등이 성공적으로 흉내 내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산업을 고도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연구ㆍ교육ㆍ혁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한 수출 주도적 성장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기 바란다. 수출 주도적 성장에는 물론 많은 이점이 있다. 그러나 홀로 설 수 있는 역량도 필요하다. 80년대 말 일본은 세상의 꼭대기에 오른 것으로 착각했다. 나는 일본의 대외의존도가 너무 높다고 계속 지적했으나 일본인들은 내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본은 결국 장기불황에 빠졌다. 한국은 일본을 성공적으로 모방했다. 그러나 한국은 앞으로 일본과 다른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어떤 나라를 참조할 수 있나.
“내가 한국인이라면 스위스ㆍ핀란드ㆍ아일랜드를 잘 살펴보겠다. 이들은 친(親)시장적이면서도 불평등 해소를 위해 노력해 왔다. 스위스를 보라. 교육제도도 미국보다 훌륭하다. 노동자의 자녀들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나는 한국이 양적인 면에서 경제적으로 일류 국가가 되려고 너무 집착하지 않기를 바란다. 분배와 불평등 해소도 중요하다.”

-유럽의 강소국을 따라 하기엔 한국 인구가 너무 많은 게 아닌가.
“키가 큰 환자나 작은 환자나 의사는 같은 처방을 내릴 것이다. 큰 나라건 작은 나라건 경제학자로서 내 진단은 같다.”

-한국에 가능한 경제성장률은.
“당분간 중국이 9~11%, 미국이 2.5~3% 성장한다고 전제했을 때 한국이 올바른 경제ㆍ교육ㆍ연구 정책을 편다면 5~6% 성장한다고 본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3.5%로 떨어지더라도 그것을 ‘세상이 망하는 것처럼’ 받아들이지는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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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집 파는 학교 앞, 동심은 잔혹·엽기에 물든다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초등학교 괴담’의 유통망

이종찬 | 제81호 | 20080927 입력 블로그 바로가기
초등학교 부근 문구점에서 팔리고 있는 담뱃갑 크기의 괴담집들. 같은 내용물을 표지만 바꾸거나 내용과 상관없는 표지를 붙인 경우가 많다. 신인섭 기자
“반지를 잃어버린 엄마는 딸의 멱살을 잡고 반지를 내놓으라고 다그친다. 엄마의 반지를 훔친 딸은 집에서 일하는 노파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엄마가 노파를 추궁하자 노파는 며칠 뒤 종적을 감춘다. 엄마는 딸의 방에서 반쪽만 남은 딸의 시체를 발견하는데, 알고 보니 노파가 딸을 먹어 버린 것이다.”

최근 초등학생 사이에 유행하는 괴담집에 실린 이야기의 한 대목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렇게 살인과 보복 등 끔찍하고 엽기적인 내용을 담은 괴담집의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 각 시·도교육청에 협조 공문을 보내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밤만 되면 학교 운동장에서 싸움을 하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동상, “빨간 종이 줄까, 파란 종이 줄까”라고 물어보는 화장실 귀신, 거꾸로 선 채 머리로 ‘통통’ 걸어 다니며 친구를 찾아 헤매는 ‘통통귀신’… 부모 세대에서 자녀 세대로 이어지는 ‘학교괴담’은 성인들에게도 그리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초등학생 사이에 유행하는 괴담집은 잔혹성과 비윤리성이 이미 도를 넘었다는 평가다. 이러한 괴담집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걸까.
 
‘빨간 마스크’는 10년 주기 출몰
24일 기자는 서울의 몇몇 초등학교 부근 문구점과 동대문 문구 도매시장을 방문했다. 일명 ‘공포집’이라고 불리는 괴담집들이 ‘죽음을 부르는 노트 데스수첩’ ‘광우병의 진실’ ‘무한공포특급’ ‘1박2일팀 공포체험을 하다’ 등 인기 만화나 TV프로그램 이름을 제목으로 달고 권당 500원에 팔리고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 한 초등학교 부근의 문구점 주인 A씨는 “올해 초 들여온 20개짜리 공포집 세 상자를 모두 팔았다”며 “물건은 보통 동대문 문구 도매시장에서 떼 온다”고 전했다. 문구점에 있던 한 학생에게 물었더니 “괴담집을 본 뒤 잠을 제대로 못 잔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이런 괴담집을 심의하고 단속할 근거는 전혀 없다. 문구업자가 개별적으로 기획·제작한 후 인쇄소에서 찍어낸 괴담집들은 문구류로 분류되고 있다. 정식 출판물이 아니어서 청소년보호법 등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괴담집이 이미 10년 이상 판매돼 왔는데도 교육당국이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 유지향씨는 “아이들에게 ‘좋은 책’ 목록을 제시하고 해당 책들을 읽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괴담집을 멀리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괴담집들은 동대문과 영등포 일대의 문구 도매상으로 넘겨져 전국의 학교 문구점으로 유통된다. 올해 10종 이상의 괴담집을 찍어낸 한 문구 제작업자는 “주위에서 떠도는 이야기나 인터넷 카페·블로그 등에 올라온 것들을 직원들이 수집해 편집한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주위에서 괴담이 사회 문제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벌어졌던 ‘홍콩할매귀신’ 소동이 대표적 경우다. 당시 홍콩에서 온 할머니 귀신이 어린이들을 납치해 해친다는 소문이 서울 강남 지역에 돌았다. 각 초등학교에서는 등교를 꺼리는 학생들에게 괴소문에 동요되지 말도록 긴급 지도에 나서야 했다.

80년대 초반부터 주기적으로 유행해 온 ‘빨간 마스크’ 괴담도 마찬가지다. 입이 찢어진 처녀가 빨간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며 “내가 예쁘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하는 학생들의 입을 찢어 버린다는 소문이었다. 78년 일본 기후현에서 시작된 이 소문은 79년 일본 전역으로 확산된 뒤 83년께 한국에 상륙한 것으로 알려졌다. 90년대 초반과 2000년대 초반 아동 납치·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등 사회가 불안해질 때마다 다시 유행하기도 했다.

불면증·대인기피증 시달리기도
이 괴담을 연구한 일본 학자들은 70년대 후반 자녀를 학원에 보낼 수 없었던 학부모들이 의도적으로 유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회적 불안을 부추겨 여유 있는 집안의 자녀들까지 학원에 다니지 못하게 만들자는 의도가 투영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홍콩할매귀신’ 괴담도 유괴나 인신매매 등 강력범죄가 자주 일어나자 학부모들이 자녀를 일찍 귀가시키기 위해 소문 확산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있다.

초등학생이 유독 괴담에 민감한 이유는 뭘까. 심리학자들은 이 연령대 아이들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하기 시작하는 정신발달 단계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소아정신과 전문의인 서천석 행복한아이연구소장은 “부모·친구와의 갈등이 싹트는 이 시기 아이들은 그 감정을 해소하고 싶어한다”며 “억눌린 불편한 감정 때문에 상상력과 호기심이 더 자극된다”고 설명했다. 서 소장은 “예민한 아동의 경우 잔혹한 괴담을 접한 뒤 불면증이나 대인기피증에 시달릴 수 있다”며 “부모가 자녀에게 괴담집이 비현실적이란 점을 이해시키는 등 적극적 지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학계에 따르면 학교에서 전래되고 있는 ‘학교괴담’은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된 것이다. 화장실 귀신은 재래식 화장실의 변기 밑에서 손을 내밀어 엉덩이를 쓰다듬는다는 물의 요괴 ‘갓파(河童)’에서 비롯된 것이고, 학교 부지가 원래 공동묘지였다는 소문도 마을 중앙에 공동묘지를 뒀던 일본의 전통에서 유래했다는 설명이다.

학교괴담을 민속학적으로 분석한 책 『도시, 학교, 괴담』을 쓴 중앙대 김종대(민속학) 교수는 “한국의 학교괴담은 대부분 신식 학교 체제가 도입된 일제시대에 수입돼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와 결합하는 토착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도 귀신을 불러내는 주술인 ‘분신사바’가 고등학생 사이에 크게 유행하고, ‘학교괴담’이라는 제목의 일본 애니메이션이 초등학생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얻는 등 괴담문화 수입은 계속되고 있다.

일부 심리학자는 학교괴담의 특수한 기능에 주목하기도 한다. 학교괴담을 통해 학교라는 공동체의 구성원인 학생이 불안감과 공포를 공유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성적이 주는 압박감은 2등에게 죽임 당한 1등이 ‘통통귀신’이 되어 2등을 쫓아다닌다는 이야기로, 부모에 대한 반항심은 귀신으로 변한 엄마 이야기로 변환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이야기들이 괴담집과 인터넷·대중매체·게임 등을 통해 훨씬 잔인하고 엽기적으로 각색된다는 점이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괴담을 만들어 내고 유통시키는 어른들의 상혼에 아이들의 상상력과 정서가 멍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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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이미 파탄난 신자유주의, 왜 뒷북치며 따라가나" 

2008년 09월 20일 (토) 10:21:39 CBS노컷뉴스 ( webmaster@cbs.co.kr)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혼란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우리나라는 어떤 상황에 있는 것인지 영국 캠브리지 대학교 장하준 교수를 연결해서 말씀 듣겠습니다. ▶ 진행 : 고성국 박사 (CBS 라디오 '시사자키 고성국입니다') ▶ 출연 : 영국 캠브리지대학 경제학과 장하준 교수 ( 이하 인터뷰 내용 ) - 미국정부가 AIG에 대한 긴급 구제금융을 제공했지만 미국의 금융위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정부의 긴급 구제금융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상황이 이렇게 되면 아무리 시장주의를 좋아하는 정부라도 구제금융을 안 할 수가 없거든요.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했던 것도 구제금융을 너무 늦게 하고 제대로 안 해서 그런 거니까 지금 같은 상황이 오면 구제금융을 하는 게 맞죠.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해놓고 부담은 결국 납세자들이 지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옳은 방법은 이런 일이 벌어지면 규제를 제대로 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건데, 규제완화는 규제완화대로 해서 금융가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들 돈 벌 건 다 벌고, 그 다음에 일 어려워지면 정부가 납세자 돈으로 메워주는 건 장기적으로 보면 옳지 않죠. - 특히 리먼브라더스는 파산시키고 AIG는 구하는 식으로 원칙이 없다는 비판이 일면서 '정실자본주의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그럼요, 정실자본주의죠. 97, 98년에 한국과 아시아 외환위기가 났을 때 아시아만 그런 게 있는 것처럼 얘기했지만 사실 그런 건 다 자기들도 하는 거거든요. 우리는 순진하게 믿으면서 미국은 항상 올바르고 원칙에 맞는 일만 하는 나라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게 아니죠. - 미국의 금융위기가 수습단계로 들어섰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앞으로 더 확산될 거라고 보십니까? 아직 한참 남았죠. 지금 미국정부에서 너무 급하니까 악성부채들을 정부가 다 떠안겠다는 안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지금 문제는 금융위기가 한창 진행형이지만 실물위기는 아직 시작도 안 됐거든요. 이런 식으로 금융이 말려들기 시작하면 돈 빌리기 어려우니까 기업들이 투자를 못해서 일자리도 못 만들고, 금융기관이 망하면 거기서 해고되는 사람들이 생기고, 그 금융기관과 거래해서 먹고살던 사람들도 일자리를 잃어버리게 되고, 그런 식으로 하면서 실물에서 소비가 위축되면 또 그게 다시 파급효과가 오는 거거든요. 그런 게 다 지나가고 해소되려면 2,3년은 걸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헤지펀드 수백 개가 떼도산을 할 수도 있다"는 경고도 하고 있는데요?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얘기는 '누가 망할지는 모르지만 누구라도 망할 수 있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특히 지금 어려운 건 지난 20년 동안 금융자유화가 되면서 굉장히 복잡하고 투명하지 않은 파생상품과 복합상품이 많이 생기고, 조세도피처나 역외자본 같은 게 생겨서 사실 지금 아무도 어떤 회사의 부실이 어떤 규모인지 알 수 없거든요. 아마 본인들도 잘 모를 겁니다. 회사 입장에선 부실규모를 축소해서 발표하는 게 자기 이익에 맞겠지만요. 그러니까 본격적으로 터진 건 2007년 여름이지만 2006년 말에 처음으로 미국의 서브프라임 문제가 제기됐을 때 미국 정부는 부실규모가 500~1000억 불이니까 금방 해결된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지난 몇 달간 미국정부가 투입한 공적자금만도 직접적으로 투입한 게 5000억, 간접적으로 시장에 유동성 푼다고 투입한 게 4000억 정도 돼서 총 9000억불 정도를 투입했어요. 처음엔 500~1000억 불을 얘기했는데, 그러니까 아무도 정확히 규모도 모르고 어디에 악성부채들이 숨어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루비니 교수 말이 맞을 수도 있고요.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누가 망할지는 모르지만 누구라도 망할 수 있다는 거죠. - 미국정부가 구제금융을 해서 개입하면 이 사태를 수습할 능력은 가지고 있는 겁니까? 그건 모르죠. 문제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예를 들어 덜컥 모든 악성부채를 정부가 떠맡아서 해결해보겠다고 했는데 너무 규모가 커버리면 미국정부도 다른 정부보다는 능력이 뛰어나지만 한계가 있는 건데, 문제의 규모가 어떤지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는 말씀을 못 드리겠네요. - 이런 위기의 근본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기본적으로 70년대 말부터 시작된 금융규제완화와 자유화에서 문제를 찾아야죠. 과거 50~70년대 중반까지는 금융과 실물이 동반하는 관계였는데, 금융이 고삐가 풀리면서 지금 금융기관이 하는 많은 부분의 일들이 실물경제와는 상관없이 금융자산 가지고 먹고사는 거거든요. 그렇게 되다보니까 점점 실물과 금융이 괴리가 생기면서 자꾸 거품이 생기는 거죠. 이미 80,90년대 개도국을 시작으로 해서 거품이 생겼다가 꺼지면서 문제가 된 것이고, 미국도 90년대 후반에 닷컴 붐부터 시작해서 거품이 엄청나게 끼었는데 그게 처음에 주식시장 나스닥에 끼었다가 빠진다고 하니까 경기 살린다고 이자율 내려서 그게 주택시장으로 옮겨가면서, 말하자면 거품을 계속 돌려막기를 한 거거든요. - 그린스펀 의장이 있을 때 그런 상황이 벌어진 거죠? 네. 그러나 결국 한계가 온 거죠. 금융이 아무리 괴리가 돼도 어느 점엔가는 실물 부분과 연결이 되어있는 거니까 결국 무리하게 돈을 꿔서 집을 산 사람들이 못 갚고, 가계부채 때문에 파산하고, 기업들이 도산하기 시작하니까 결국 문제가 터진 거죠. - 이런 상황을 신자유주의라는 정책기조의 실패라고 볼 수 있을까요? 그렇죠. 신자유주의가 가장 자랑했던 게 그런 식으로, 특히 금융 부분에서 규제를 완화해서 자본이 제일 수익성이 높은 데 왔다갔다하게 해야 경제가 잘된다고 주장했는데 그 시스템의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난 거죠. - 그렇다면 미국에서는 신자유주의가 파탄을 보인 건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신자유주의가 대세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지 않습니까? 네. 원래 변두리에 있는 나라들은 중심국에서 한물 간 걸 받아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도 그런 게 아닌가 싶어서 걱정됩니다. 한 1년 전까지만 해도 그게 맞는 거라고 생각하는 걸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지난 1년 동안 국제금융시장을 비롯해서 세계경제가 신자유주의의 결과로 망가져가는 걸 보면서도 우리는 이걸 해야 한다고 우기는 분들을 보면 이해가 안 갑니다. -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우리 정부는 "이번 위기로 오히려 불확실성이 제거됐다, 수출은 어려워지더라도 내수는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는데요? 불확실성은 계속되는 거죠. 솔직히 저를 포함해서 2주일 전에 백 년 이상 대공황까지 살아남은 리먼브라더스나 메릴린치 같은 기업들이 망하리라고 누가 생각했겠습니까. 그리고 루비니 교수의 말처럼 헤지펀드들도 불확실 상황이 계속되는 거죠. 그리고 수출이 안 돼서 내수가 상대적으로 좋아지면 그게 좋은 거라고 하는 건 완전히 억지소리라고 보는데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출의존도가 너무 높다고 걱정하면 '세계화 시대에 촌스러운 소리 하지 말라'고 하던 분들이 이제 와서 언제부터 자기들이 내수 걱정했다고, 그것도 절대적으로 내수가 좋아지는 게 아니라 수출이 찌그러지니까 상대적으로 좋아지는 건데 그런 식으로 해서 내수 비중이 올라가는 게 좋은 거라고 말하는 건 상황이 변하는 데 따라서 말을 바꾸는 거죠. - 산업은행이 리먼브라더스 인수를 추진했던 걸 두고 '그만큼 우리나라 국력이 커진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요? 저는 그것 때문에 국제무대에서 웃음거리가 됐다고 보는데요. 사실 리먼브라더스는 파산선고 하기 전까지 영국의 유수 은행인 바클레이즈나 미국의 뱅크오브어메리카 같은 기업들이 인수하려고 했다가 인수했다가 도저히 안 될 것 같으니까 미국정부에 채권 최소한 일부라도 보증해달라고 나왔는데 미국정부가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해서 다 발을 뺀 거거든요. 그런 몇백 년 역사를 가진 유수한 선진 금융기관들도 머리 내저으면서 도망간 금융기관을 우리나라 산업은행이 데려다가 무슨 수로 살립니까. 그리고 설사 운이 좋아서 살렸다 하더라도 왜 우리나라 납세자 돈 가지고 운영하는 산업은행이 가서 미국의 망한 은행을 도와줘야 합니까. 그건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겁니다. - 지금 시점에서 우리 정부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시작해서 금융허브니 금융중심지니 하면서 계속적으로 우리 정부가 금융자유화와 규제완화를 통한 금융산업의 발전이라는 노선을 추구해왔는데요. 저 개인적으로는 이런 걸 계기로 해서 그런 노선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최소한 그걸 지지하는 분들도 한번 재고는 해보셔야 하지 않느냐는 겁니다. 왜냐면 그분들이 바라는 모델이 미국식의 금융자본주의이고, 그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것이 최근에 망한 리먼브라더스 같은 투자은행인데, 지금 1등부터 5등 하던 것 중에 3,4,5등은 없어지고 1,2등도 휘청휘청하잖아요. 모건스탠리는 중국에서 돈 받아서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데, 지금 그렇게 엄청난 문제점이 드러난 모델을 왜 우리가 뒷북치면서 쫓아가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승인일시 : 2008-09-19 오후 9:3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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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국 금융위기는 우리에게도 엄청난 시련이 되고 있지만, 의보 민영화부터 투자은행 육성까지, 그게 아주 당연한 진리인양 떠들어대던 세력들이, 멋대로 하는데, 제동이 걸렸다는 점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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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most of articles in many newspapers have a lot of untrustful information. This article shows me the truth of the real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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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칼럼 Outside] '환율 전쟁'에서 이기려면…
환율이 실물 펀더멘털에만 좌우되진 않아 환 투기꾼이 위기론 부풀리면
실제로 위기 닥쳐 국가경제 파탄날 수도 한국 정부, 시장에 더 강력하게 개입해야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학 경제학과 교수
지난 6월 말 정부가 외환시장에 대규모 개입을 단행해서 원화 환율을 떨어뜨린 직후 싱가포르에 있는 외환시장 분석가를 만났다. 그는 당시 원화 환율 상승에 베팅했던 명망 있는 글로벌 투자은행이 한국 정부의 개입 때문에 손절매를 하고 절치부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8월 초 미국 달러화가 다른 주요 통화에 대해 강세로 돌아서는 움직임이 뚜렷해졌을 때 이 분석가와 다시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6월에 손절매했던 예의 투자은행뿐만 아니라 각종 펀드, 정유회사까지도 원화 환율 상승에 다시 베팅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후 원화 환율은 급등세를 탔다. '위기설'까지 나돌았고 아직까지 외환시장 불안은 이어지고 있다.

이 분석가는 한국 정부의 환율정책이 오락가락했고 시장을 거스르는 개입을 해서 '신뢰(credibility)'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이런 해석이 주류인 것 같다. '용수철효과'라는 말까지 나온다. 억지로 눌렀으니까 더 세게 튄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 분석가에게 "투기꾼들이 '신뢰'라고 하는 말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필자는 오히려 정부가 환율 시장주의에 사로잡혀 강력한 개입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환율 불안이 계속된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는 개입하면서도 시장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쏠림현상'을 시정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시장 환율이 널뛰기를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적정 환율'을 찾아간다면 맞는 얘기일지 모른다.

그러나 세계 외환시장은 이런 교과서적 상황과 거리가 너무나 멀다. 2007년 기준으로 연간 외환거래 규모는 800조달러가 넘는다. 반면 세계 상품수출액은 12조달러를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서비스 수출을 포함하더라도 외환 거래액 중 3% 이내만이 실물거래와 연결되어있을 뿐이고 97% 이상은 단기차익을 따라 움직인다.

이런 돈이 움직여 결정되는 '시장 환율'이 실물 부문의 '펀더멘털'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있을까. 오히려 투기적으로 돈이 움직이면서 실물거래가 영향받는, '꼬리가 개를 흔드는' 현상이 보편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조지 소로스가 얘기한 '자기 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sy)'이 벌어질 가능성이 많다. 외환투자가들이 한 나라 경제가 앞으로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나라 환율에 베팅하면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환율 상승 등으로 인해 경제가 실제로 나빠지는 것이다.

환 투기꾼들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자신들의 '예언' 즉, '투기이익'을 실현시키기 위해 베팅한 나라에 조금이라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나쁜 일이라면 있는 대로 부풀려서 퍼뜨린다. 그래서 세계 경제에는 외환위기가 빈번해진다. 실물 부문이 그렇게 나쁘지 않더라도 환 투기꾼들이 위기론을 부풀리면서 위기가 벌어지는 것이다. 투기꾼들은 떼돈을 벌고 국가 경제는 파탄이 난다.
지금 한국의 상황이 위기까지 갈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외환보유액도 많이 쌓여있고 기업 부문의 부채비율도 낮다. 금융기관들의 건전성도 그동안 많이 강화되어 왔다. 정부의 위기 관리능력도 그동안 많이 축적되었다.

그러나 국제외환시장은 환 투기꾼과 정부 간에 총성 없는 전쟁이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곳이다. 이 전쟁에서 펀더멘털과 외환보유액만 강조하면 투기꾼들에 대항할 수 없다. 특히 외환보유액은 투기꾼들이 군침을 흘리는 '사냥감'이다.

필자는 이 전쟁에서 국익을 지키려면 외환시장을 통제해서 환 투기를 가능한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1차적으로는 국내외에서 원화를 빌려서 달러 사는 것을 금지시켜야 한다. 물론 달러에 대한 실수요가 있기 때문에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환 투기는 대부분의 경우 해당 통화를 빌려서 하거나 차익 거래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원화를 빌려서 달러를 사고 원화 환율이 상승한 뒤 원화로 다시 바꿔 차익을 실현하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환율제도를 바스켓방식과 같이 정부가 환율 결정에 보다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방향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렇게 외환시장을 통제하는 것에 대해 국내에서는 부정적 인식이 많은 것 같다. 외환시장 완전 개방, 자유변동환율제가 글로벌 스탠더드로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에는 다양한 형태의 자본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고 환율제도 또한 다양하다. 서유럽은 환율 불안을 없애기 위해 아예 유로를 출범시키고 통화 통합을 단행했다.

외환시장 완전 개방과 자유변동환율제의 조합은 환 투기꾼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투자 환경일 뿐이다. 이것이 국가 경제에 가장 좋은 것인지는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 확립된 것이 하나도 없다. 오히려 국가 경제는 환 투기꾼들의 볼모로 잡힌다. 환 투기꾼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들의 '분석'에 경제를 갖다 맞추려고 동분서주하게 된다. 또 그렇게 하면서 외환보유액을 '상납'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우리 경제가 처한 환경에서 어떤 식의 대응을 하는 것이 국익에 바람직한지를 주체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 정부는 주식시장에서의 공매도(空賣渡·short-selling)는 규제하고 있다. 환 투기는 국가 경제에 대한 공매도이다. 왜 국익이 걸려있는 환율에서는 공매도 규제를 못하는가.
입력 : 2008.09.12 13:25
Posted by 동그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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